[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바이넥스, 비보존제약의 의약품 불법제조에 대한 제재가 아직 마무리되기도 전이지만, 바이넥스 외에도 불법제조로 행정처분을 받는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의 불법제조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 여 만에 의약품 제조와 관련해 제조업무정지 이상의 행정처분 건수가 16건에 달했다. 의약품 재평가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판매중지 처분인 내려진 사건도 11건이나 됐다.
| 바이넥스 오송공장.(사진=바이넥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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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메드 제약은 자사 주사제형 품목 ‘유니본주’ 허가사항과 동일한 제조방법으로 제조하는 유유제약의 ‘마빌큐주’의 전공정 제조를 수탁받아 제조하면서 기준서를 준수하지 않고 제조한 사실이 적발됐다. 유니메드 제약은 물론 위탁생산을 의뢰한 유유제약도 3개월의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카이바이오텍은 방사성의약품인 ‘카이바이오텍에프디지주사액’을 제조하면서 허가증에 명시돼 있는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1170만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하이테크바이오팜에는 신고한 소재지에 해당 시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제조소 폐쇄 처분이 내려졌다.
한약(생약) 성분을 포함한 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사의 불법제조 행태도 드러났다. 경방신약은 제조방법에 변화가 있었음에도 변경허가나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고 일부 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조지시서와 제조기록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업체에게는 의약품에 따라 최대 제조업무 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한국신약도 용량편차 시험을 실제로 실시하지 않았으나 실시한 것으로 시험성적서를 거짓작성해 의약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신약은 최대 3개월 15일의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이물혼입, 클로르피리포스(농약), 카드뮴, 트리아조포스(농약) 등의 성분이 섞였다는 이유로 회수·폐기 명령을 받은 업체도 휴먼택사, 한솔위령성 등 6곳에 달했다.
제조기록서를 거짓 작성하며 제조방법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원료사용량의 임의 증감한 것으로 조사된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처럼 제약사들이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크고작은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는 식약처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퍼지기 전에 제조소 GMP 전수 점검을 해야한다”면서 “GMP 인증 취소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강한 처벌규정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기반으로 제조소 불시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법제조 행태가 위·수탁 업체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제조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약사회는 “무제한 공동생동이 허용되면서 의약품 위탁자가 책임에서 벗어났고 복제약이 난립하는 구조가 됐다”면서 “위탁생동 공동개발 품목 허가제도를 재설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에 대한 행정처분 수준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 위해사법중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현재는 수개월 제조업무 정지나 품목허가 취소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