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이같은 대화를 나눴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한달여 만에 실제 행동에 나섰다. 그가 아내와 함께 설립한 빌 & 멜린다 게이츠재단이 최근 한국 기업에 잇따라 자금을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게이츠재단이 코로나19 사태 해결 노력에 적극 나선 가운데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높은 신뢰가 자금 지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게이츠재단 K-방역 성공모델에 주목
18일 KT(030200)는 빌&멜린다 게이츠재단과 손잡고 3년간 120억원 규모의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은 전체 금액의 50%인 60억원을 펀드 형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KT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감염병 조기진단 알고리즘’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모델’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KT는 게이츠 재단이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5G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에서 ICT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연구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게이츠재단은 빅데이터 분석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질병 이동 및 확산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면 시간을 절약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게이츠재단의 한국 기업 투자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즉 K-방역에 대한 높은 신뢰감과 경험이 바탕이 되고 있다. 멜린다 게이츠 공동 이사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응 능력에 A학점을 줄 만한 국가는 한국과 독일”이라고 언급했으며, 빌 게이츠 이사장은 “대만이나 한국 같은 곳은 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었기 때문에 각본을 갖고 있다. 이 각본에 따랐기 때문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평가했다.
여기에 한국의 IT 기술력과 백신개발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투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트리스터 게이츠재단 디지털보건혁신국 부국장은 KT가 진행할 연구와 관련해 “한국뿐만 아니라 감염병 위험에 처한 다른 국가들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염병 위험 더 강력히 경고했어야”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는 게이츠 이사장의 뼈저린 후회에서 비롯된다. 게이츠 이사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더 강력하게 전염병 위험을 경고했어야 했다”며 후회의 말을 남겼다. 지난 2015년 전세계 명사들이 참여하는 TED 강연에서, 2017년 미 대선 국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를 비롯해 각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염성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실질적인 어떤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는 자기 반성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과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더라면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이 MS에서 물러난 뒤 질병과 빈곤에 관심을 갖고 게이츠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은 아내 멜린다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이츠재단은 지난 2000년 설립 이후 세계건강과 세계개발, 미국 커뮤니티와 교육 등의 지원에 적극 나서왔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2006년 이후 자선단체에 기부한 345억달러 가운데 5분의 4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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