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수백억 베팅…반도체장비, 미래 위한 증설 '박차'

주성엔지니어링, 용인에 650억 투입해 R&D센터 구축
로체시스템즈, 용인 본사 내 305억 들여 공장 증설
한미반도체 3공장 이어 250억 들여 4공장 건설
최근 D램 등 반도체 가격 하락에 업황은 부정적
"5G 투자 등 향후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에 선제적 대응
  • 등록 2019-07-04 오후 5:35:40

    수정 2019-07-04 오후 5:35:40

한미반도체 경기 인천시 본사 3공장 내부 전경. 3공장에 이어 오는 9월 4공장을 완공할 경우 반도체 장비 생산량을 30% 이상 늘릴 수 있다. (제공=한미반도체)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한미반도체(042700)는 올 9월 중 경기도 인천시 본사 인근에 4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1만 1570㎡(약 3500평) 규모 부지에 총 250억원을 투입해 4공장을 짓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상반기에 150대 장비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3공장을 준공한 후 양산에 착수하기도 했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3공장과 기존 공장을 합쳐 동시에 300대까지 장비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향후 4공장까지 가동할 경우 생산량은 종전보다 30% 이상 늘어난다.

한미반도체는 3공장에 이어 4공장을 준공해 향후 국내외에서 이어질 반도체 장비 주문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웨이퍼(원판)에서 칩을 절단한 후 검사·분류하는 ‘비전플레이스먼트’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비전플레이스먼트에 이어 ‘실리콘 관통전극(TSV) 듀얼 스태킹 TC본더’ 등 신제품에서도 최근 성과가 나온다”며 “아직 업황이 회복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4공장 완공을 통해 향후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최근 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R&D(연구·개발) 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업황은 현재 메모리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등 부정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첨단제품 수출을 규제하는 등 변수도 등장했다. 다만 최근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 등으로 올 연말부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비기업의 증설 투자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036930)은 총 65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용인시에 R&D센터를 구축 중이다. 이번 R&D센터는 내년 중 완공할 예정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경기도 광주시 본사 내 8개 동을 운영 중이며 이 중 R&D 공간만 6개에 달한다. 이 회사는 용인시에 R&D센터를 완공한 후 우선 R&D 설비와 함께 연구 인력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공·자전 원자층증착장비’(SDP) 등 반도체 증착장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000660) 등과 활발히 거래하며 264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향후 내수시장에 이어 중국 등 해외에서도 장비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 선제적으로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R&D 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한곳으로 일원화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로체시스템즈(071280)는 경기도 용인시 본사 부지 내 공장을 증설 중이다. 총 305억원을 투입한 이번 공장 증설은 올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로체시스템즈는 반도체 웨이퍼를 이송·분류하는 공정자동화장비에 주력, 2017년 사상 최대인 337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하지만 이듬해 업황이 부정적으로 바뀌자 실적이 736억원으로 하락했으며,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단기적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로체시스템즈는 중장기적인 상황을 내다보고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또하 AP시스템(265520)은 충남 천안시에 공장을 증설하고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증설을 통해 천안사업장 클린룸은 종전 1만 3884㎡(약 4200평)에서 1만 7190㎡(약 5200평) 규모로 늘어났다. 야스(YAS) 역시 경기도 파주시 공장 인근에 증설 중인 신공장을 오는 8월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반도체 장비기업들의 증설 투자는 최근 업황에 역행하는 흐름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D램(DDR4 8Gb)은 3.31달러로 전달과 비교해 11.73%나 하락했다. D램은 올 들어서만 60% 가까이 하락하는 등 관련 업황이 부정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장비기업들은 불황에 움츠리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하강국면을 지나 올 연말쯤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시장이 지난해 620억 9000만달러에서 올해에는 4.0% 줄어든 595억 8000만달러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20.7%나 증가한 719억 2000만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최근 반도체 소재와 장비 등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산 반도체 장비 발주를 늘리는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 등으로 업황은 부정적이지만, 향후 5G 이동통신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에 있어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도체 장비기업들 사이에서 향후 늘어날 수주량에 대비해 공장을 증설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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