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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물가상승…세계 곳곳서 곡소리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20% 이상 급등했다. 특히 지난달엔 3년 반만에 최고치인 8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6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비(非)OPEC 산유국들이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일평균 생산량을 올해 말까지 18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가 하락했지만, OPEC 회의를 앞두고 국제유가는 다시 꿈틀거린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오는 22~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주요 산유국 회의에서 감산 합의의 무기한 연장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같은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가파른 유가 상승세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게 직격탄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5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 국제유가는 전 세계 물가를 0.5%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브라질은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드물게 수입 원유 의존도가 높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디젤 가격이 크게 오르자 지난달 말 브라질의 트럭 운전사들은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만 약 150억헤알로 추산된다. 브라질 정부는 결국 두달간 디젤 가격을 낮춰 동결했다. 에두아르도 과르지아 브라질 재무부 장관은 “최근의 유가 상승은 너무 잔인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달러화 강세까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원유시장은 달러화로 거래되는데,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한 국가들은 더 비싸게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요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평균 가치를 자체적으로 측정한 WSJ달러인덱스는 지난 2월 이후 6% 상승했다. 반면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2% 이상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2년여만에 달러 대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그만큼 취약하다.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연료 가격 급등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아프리카 경제 순위 9위인 수단에서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최근 몇개월 간 수단 내 연료 가격은 5배가량 폭등했다고 WSJ은 전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에게도 위협이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전기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 8주 연속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달러화에 비교한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져 부담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1106.3원)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원화 값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러화 강세로 원유를 그만큼 비싸게 사와야 하는 형편”이라며 “이는 국내 소비제품 가격으로 전가돼 물가 상승이 발생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