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이명철 기자]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에 대한 회계처리 위반 관련 2차 감리위원회에선 삼바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간 3자 대면까지 이뤄졌다. 이날 감리위는 대심제가 적용돼 금감원과 삼바, 금감원과 회계법인간 각각 2자 대면이 이뤄진 후 마지막으로 3자 대면으로 회의를 끝냈다. 이날 회의는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장장 11시간에 걸쳐 몇 가지 쟁점별로 전문검토위원이 내용을 보고하고 대심제가 적용되면서 심층 토론이 이뤄진 만큼 감리위원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 정리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31일 감리위 정례회의를 마지막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증권선물위원회로 안건이 넘어갈 예정이다.
바이오젠 콜옵션 가치 평가, 지배력 바꿀 만큼인가 논란의 핵심은 삼바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바이오젠의 콜옵션(에피스 주식 50%-1주를 삼바로부터 매입할 권리) 가치 평가 부분이다. 삼바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2015년말 내가격 즉, 행사가격보다 행사 후 얻을 수 있는 기초자산(에피스)의 시장가격이 높아져 콜옵션 자체가 실질 권리를 갖게 됐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고 지분율을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평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제회계기준 제1110호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잠재적 의결권(콜옵션)은 내가격 상태일 경우 실질 권리를 갖고, 이를 고려해 지배력을 평가하도록 돼 있다. 다만 지배력 판단을 달리할 경우 기초자산의 시장가격(에피스의 가치)만 보지 말고 투자자(바이오젠)의 재무상태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토록 했다. 이에 따라 삼바는 회계처리에 전혀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2015년말까지 지배력 평가를 달리할 만큼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콜옵션 가치가 높아졌단 판단도 2015년 8월 안진회계법인이 합병 삼성물산 재무제표 작성을 위해 삼바와 에피스의 가치를 평가한 자료를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고객 입맛에 맞게, 회사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회계법인의 가치 평가를 마치 지배력을 달리할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판단했단 주장이다.
삼바 “감리위원들 경청하려는 인상” vs 금감원, A4용지 4박스의 정체는삼바와 금감원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감리위원들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날 감리위 당연직 위원인 김광윤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 겸 아주대 교수는 양해를 구한 후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감사인연합회 주최의 토론회에 참석해 “사안이 복잡하지만 당사자들이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변론하고 있어 굉장히 뜨겁게 논의하고 있다”며 “삼바나 금감원 모두 할말이 많은 듯 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감리위는 원칙을 두고 하는 것으로 ‘누구의 편’이라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삼바 상장 당시 감리를 맡았던 한공회 소속이란 이유로 감리위에서 제척해야 한단 지적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 토론회에선 토론자들이 삼바 관련해 의견도 내놓았다. 토론자로 참석했던 조성표 경북대 교수는 김앤장을 통해 의견서를 낸 교수들이 공개된 것에 대해 금감원에 유감을 표명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원칙을 놓고 얘기하는 것인데 자꾸 삼성편을 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쪽 토론자는 “IFRS가 원칙 중심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원칙 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때도 이에 방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IFRS는 기업들이 본인 기업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회계처리에 자율성을 두도록 했다. 다만 판단의 기준이 된 근거들을 충분히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회계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언급한 내용이다. 이러한 금융위의 ‘원칙’ 강조가 삼바의 회계처리 위반을 판단하는데 어떤 영향을 줄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바측 관계자는 “1차 회의 때에 비해 우리측 얘기를 경청하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감원도 A4용지를 담는 박스 4개 분량의 자료를 들고 회의장에 입장할 만큼 감리위원들을 설득하는데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