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코로나19 이후 시행했던 양적완화를 점차 정상화하면서 금리도 오르자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벌써 세차례 금리를 올린 만큼, 자금조달이 필수인 국내 사모펀드들도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비용 증가는 물론 투자금 회수(엑시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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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인수금융 및 리파이낸싱 부담↑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업 대출 금리는 3.14%로 전월 3.12%에 비해 0.02%포인트 올랐다. 2020년 2월(3.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의 PEF 인수금융 건은 기업 대출로 집계된다.
기업 대출 금리 상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p 올렸다. 지난해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에 걸쳐 6개월 간 총 3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0.5%였던 기준금리는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현재 시중 대출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인수금융을 사용할 때는 물론 리파이낸싱 때도 과거에 비해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진단했다. 특히, 대출 만기가 도래해 부득이하게 리파이낸싱을 진행해야 하는 PEF운용사의 경우 고민이 깊어졌단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EF의 인수금융은 담보나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천차만별로 적용되다 보니 일괄적으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결국 은행이 내어주는 인수금융도 시장의 조달금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수금융을 사용하는 곳의 금융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전망했다.
상장사 보유한 PEF, 주가 하락에 투자 회수 고심
더 큰 문제는 투자금 회수를 앞둔 PEF운용사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부담이 더 커졌단 설명이다. 금리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 증시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변동성이 큰 주식을 처분하고 안전한 달러화나 금, 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S&P, 나스닥 등 미 증시가 하락함에 따라 국내 지수도 곤두박질쳤다. 코스피 지수의 경우, 올초 3000선을 유지했지만 8일 기준 2746선까지 고꾸라졌다. 1000을 넘던 코스닥 지수 또한 900선 아래로 10% 넘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PEF운용사가 보유한 국내외 기업의 주가도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홍콩계 PEF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2017년 9월 인수한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의 주가는 올초 1만2000원선에서 최근 1만원 선까지 빠졌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했던 동남아 차량 공유 및 배달 플랫폼 그랩 또한 연초 7달러에서 현재 5달러 선까지 후퇴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보통 인수금융은 고정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현재 인수를 추진하거나 리파이낸싱을 염두에 둔 운용사가 아니라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기업 주가는 회사의 실적과 무관한 투자 심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 투자 회수를 추진 중인 운용사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신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사모대출펀드(PD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모대출은 펀드로 조성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거나 하이일드 회사채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형식에 비해 리스크가 낮고,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PDF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마침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PEF의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PDF 시장 진출도 가능해졌다. PEF 운용사들이 잇달아 PDF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