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지난달 23일 오전 투자자 A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스마트폰에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열었다. 전날 유가가 19.73% 올랐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그가 보유한 ‘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KODEX 원유 ETF)도 그만큼 오르길 기대했지만, 이날 수익률은 4.29%에 그쳤다. 알고보니 약속된 근월물(6월물) 외에도 차근월물과 차차근월물로 포트폴리오가 분산됐다고 했다. A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리며 투자자 모임 카페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참여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원유 ETF’ 월물 교체가 소송으로 번졌다. 월물 교체에 대한 사전 고지가 없어 손해를 입었다는 일부 투자자의 주장에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미 소송을 제기한 이들 외에도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추가 소송 움직임이 있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투자설명서에도 위험 고지 없어”
13일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김 모씨를 포함한 일반 투자자 2인은 해당 ETF(상장지수펀드) 운용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ETF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으로 산출되는 기초지수(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의 추종을 목표로 한다. 월물 교체 방법론에 따라 당시 6월물을 담고 있었으나 지난달 23일 6월물 일부를 7·8·9월물로 조기 롤오버(월물 교체)했다. 앞서 5월물이 사상 첫 마이너스로 진입하는 등 유가의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였다. 운용 방식 변경 후 공교롭게도 6월물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사전 공시 없이 월물을 교체하면서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원유 ETF인 USO(Unites States Oil) ETF도 보유 월물 조정에 앞서 공시에 나섰다.
사전 공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사전공시를 악용한 선행매매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운용은 “원유 선물 투자자들이 6월물 매도 의사를 인지하면 선행매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경우 월물 분산을 실행하기도 전에 원유선물 가격의 하락이 심화돼 낮은 가격에 거래를 할 수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변경 가능성 역시 투자설명서에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삼성운용은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것처럼 투자전략 및 위험관리는 시장상황의 변동이나 내부기준의 변경 또는 기타 사정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다 펀드”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가 아닌 잠재적 재무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는 의문도 선을 그었다. 삼성운용은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그 과정에서 다른 목적이 일체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