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사회, 심리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면 국민들은 불안, 분노,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겪는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사진)는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면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감정적 불편감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라며, “이러한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 ‘집단 공황’, 사회적 불안 확산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위기가 계속될수록 국민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집단 공황과 같은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집단 공황은 사람들이 공동체의 안정성을 상실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극단적인 수준으로 확산하는 현상이다. 지속적인 사회적 불안과 혼란은 대규모 불안 반응을 촉발하고 사회적, 집단적 차원의 분노발작 같은 심리적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치적 불안과 사회·경제적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면 국민들의 정신적 회복력이 크게 떨어지고 트라우마로 발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적 불안정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대시키고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만들어 불안과 우울을 유발한다. 실직, 부채, 생활고 등 실질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아울러 한 교수는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급성 불안장애나 우울증, 심지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때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보다는 인정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한 교수는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나와 타인의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과도한 뉴스 시청, 오히려 해로울 수 있어
사회가 불안할 때 뉴스 시청은 중요한 정보 제공 수단이지만, 전문가들은 계속 뉴스나 TV를 보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과도한 뉴스 시청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불안과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 뉴스를 시청하면 신경계가 계속 흥분 상태에 놓여 수면을 방해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 사회적 공감과 통합을 위한 정신건강 회복
사회적 회복력은 공동체의 공감과 사회적 지지 체계에서 비롯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정신건강은 단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고 위기 상황에서 회복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한창수 교수는 “정신건강 관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이 필요할 때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