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베이징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부문 자회사인 ‘앤트 그룹’(Ant Group)은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상하이에서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할 예정이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앤트 그룹은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세운 기업 중 하나로,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결제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와 사용자를 바탕으로 펀드, 대출, 보험,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핀테크 산업의 선두주자다.
앤트 그룹은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할 구체적인 자금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시장가치가 2000억달러(한화 약 24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건설은행 기업가치를 뛰어넘는 것으로, 미국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의 기업가치 2040억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앤트 그룹처럼 최근 중국 대기업이나 첨단기술 기업이 미국 나스닥이 아닌 중국 자본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활기를 띠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로, 지난해 11월 홍콩증시에 2차 상장했다. 홍콩거래소가 지난 2018년 3월 대주주가 경영권을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기업들을 유인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경쟁사인 징둥(京東), 게임회사 넷이즈 등도 올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와 대표 여행사 씨트립 등도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가 기술혁신 기업을 위해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만든 커촹반에 상장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中芯)국제집적회로(SMIC)는 커촹반 개장 이후 역대 최대 IPO 규모인 총 532억3000위안(약 9조1500억원)을 조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IPO 규모는 939억달러(약 113조원)로, 전체의 49%를 아시아 기업들이 차지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들의 미국 방문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일각의 보도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비롯해 해외에 알려져있는 중국 부호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산당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앤트 그룹의 결정은 중국 정부가 상하이거래소를 고(高)성장 기업의 우선 상장 거래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설립한 ‘커촹반’의 승리”라며 “또한 뉴욕 거래소에 중국 기술 기업을 뺏긴 후 상장 규제를 완화한 홍콩거래소의 부흥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