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추진계획을 공고한 이후 지난 8일까지 유치의향서를 받은 결과, △강원·춘천 △경북·포항 △전남·나주 △충북·청주(이상 이름순)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기·인천은 연세대 송도캠퍼스를 중심으로 유치 활동에 나섰으나 입지 조건에 맞는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광가속기는 가속된 전자가 운동방향이 변할 때 방출하는 고속의 빛을 활용해 초미세 세계를 분석하는 장비이다. 기초·원천 연구를 비롯해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반도체, 신약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필요한 대형 과학시설이다.
과기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부지, 진입로, 부대시설 등은 제외하고, 총사업비 약 8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시설 건립과 활용에 따라 기업 유치를 비롯해 고용 등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예상돼 지자체의 관심이 크다.
사업 공고 이후 선정기준 발표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들은 평가기준과 배점이 모호해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한국연구재단,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통해 기준을 검토·마련했다”며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기술적 사항이나 운영 사항은 별도의 개념연구로 도출하고, 이번 부지 선정에서는 부지 특성과 입지조건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남 유치를 약속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해명하는 등 유치전이 가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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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인력풀, 지리적 조건 등을 내세우며 각자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원도·춘천은 춘천 IC 부근 부지를 제안해 수도권 이용자들의 지리적 접근성이 편한 부분을 내세웠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타 지자체 대비 늦게 출발했지만 고속도로, ITX를 활용해 시설을 많이 활용하는 수도권 이용자들이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피력했다.
경북·포항은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와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한 경험을 내세웠다. 애초 기존 방사광가속기 시설 인근 부지를 활용해 예산과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었으나, 부지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기존 3~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설과 운영에 필요한 경험을 유일하게 보유했다”며 “기존 방사광가속기와 20km 떨어진 곳에 시설을 조성해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북·청주는 교통 접근성, 오송첨단복합단지 등에 구축한 산업인프라, 세종특별자치시와의 연계 용이성 등을 내세웠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청주시 오창읍 일대 산업단지에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지난 2018년 타당성 용역 조사 등을 통해 과학기술인들의 수요도 충분히 확인하며 오랜 시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4개 후보지역이 선정평가 대상으로 정해진 만큼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최적의 부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지자체는 오는 21일까지 지질조사 보고서, 29일까지 유치계획서를 제출해야 신청이 완료된다. 가속기 분야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5월 6일 발표평가, 5월 7일 현장 확인을 진행해 평가할 예정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가속기 구축·이용, 산업입지, 재입지, 과학기술정책 등 5개 분야 전문가 15인이 평가를 담당할 예정”이라면서 “과기부는 평가에 관여하지 않고,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요청하는 자료 등을 제공해 부지선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