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기업들..日추가 규제 대응 분주

전자 업계, 긴급 물량 확보하고 대체재 마련
추가 규제 움직임에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석유화학과 자동차 등 업계도 사태 예의주시
  • 등록 2019-07-15 오후 9:13:00

    수정 2019-07-15 오후 9:13:00

국내 한 반도체 업체의 생산 공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종호 김정유 임현영 기자] 일본이 수출 규제 중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3개 소재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급한 불을 껐다. 긴급 물량을 확보해 재고를 늘리고 빠르게 대체재를 테스트하면서 당장 생산 공장이 멈추는 일은 피했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다음달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수출 규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추가 규제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기업마다 대응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최악 상황 면했지만..삼성·LG 계열사 피해 확대 우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포토 리지스트(PR), 고순도 불화수소(HF·에칭가스) 등 핵심 소재 3개의 긴급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추가로 확보한 소재 종류와 물량, 수급 경로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기존 재고량과 함께 당장 심각한 생산 차질은 막을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일본 수출규제 시행 직후 일본 시장 등에 남아 있던 불화수소 등 일부 소재를 발 빠르게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급한 불을 끈 삼성은 기존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으로 제한됐던 일본 수출 규제 여파가 타 계열사까지 확대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호 국가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1100여개 수입 품목이 수급에 영향을 받게 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다른 휴대폰과 TV, 가전, 배터리 등 다른 분야에서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2일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 13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일본 현지에서 수출 규제 확대 움직임을 직접 감지하고 휴대폰과 TV, 가전, 배터리 등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선제 대응방안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삼성SDI(006400)는 배터리의 핵심 화학물질을 일본 업체들로부터 일정 부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009150) 역시 MLCC와 기판 등 소재부터 설비까지 일본산 비중이 높은 만큼 추가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 중인 상황이다.

계열사 가운데 LG디스플레이(034220)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LG(003550)LG화학(051910)LG이노텍(011070) 등 다른 계열사로 피해가 번질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산 불화수소를 사용했던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해 중국과 대만 등 제품을 확보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대체재를 마련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화학(051910)과 각종 부품을 다루는 LG이노텍의 경우 수출 규제 확대에 따라 일본산 소재 등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앞서 구광모 회장은 지난 11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LG전자(066570) 소재·생산기술원을 직접 찾아 각 계열사별 소재 확보와 개발 상황 등을 점검하고 철저한 대응을 당부하기도 했다.

日수출 규제 확대 조짐..석유화학·자동차도 ‘좌불안석’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움직임을 예의주시 중이다. 아직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됐던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 규제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범용제품’ 위주인 국내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일본으로부터 석유화학 원료 등 수입에 차질을 빚더라도 즉시 대체가 가능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011170)한화케미칼(009830)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실무차원에서 공급선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갑자기 수출 규제 품목에 해당된다면 기존에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원료 수급에 있어 통관 절차 등 단기적으론 차질이 있을 수 있겠지만 회사 전반적으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석유화학업종은 전자 첨단소재 분야와 달리 제품과 원료가 대부분 범용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일본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실무차원에서 공급선을 다변화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 역시 “일본으로부터 원료 수급 차질을 빚으면 즉시 다른 국가로부터 조달받을 수 있는 게 석유화학업종의 특성”이라면서 “일부 ‘스페셜티 제품’의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공급선 다변화 추진은 꾸준히 해왔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전자분야에 한정된 경제보복 조치가 자칫 다른 산업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이 탄소섬유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핵심 부품은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해 아직까지 큰 우려는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일부 소재 조달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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