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래 기자]“밖(해외)으로 나가란 거죠. 아니면 사업을 접든가…”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 A사 대표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5일 정부가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키로 했다는 보도를 접한 직후였다. 국내 대기업 등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인 A사는 국내와 동남아에 각각 공장을 두고 있다. 직간접적인 수출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로 다음 달 열흘 가까이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아니면 직원들에 공장 가동에 따른 별도 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A사 대표는 “통상 국내 공장은 인건비 비중(매출대비)이 50%에 육박하는 데 다음 달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니 비중은 60%까지 올라갔다. 이는 현재 동남아에서 운영 중인 공장이 10% 미만인 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대기업만 이익을 내고 중견·중소 협력사들은 겨우겨우 먹고 사는 입장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최근 근로시간 단축 추진과 최저임금 증가 등으로 고민이 많은데,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을 국내에서 경영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키로 한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이하 중기)계에서는 휴일 지정과 관련해 업종에 따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내수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는 중기들은 대체로 반색을 드러냈다. 반면 수출 중심의 제조업 중기 사이에선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제조업 중기들 사이에서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반도체장비에 주력하는 중소기업 B사 대표는 “한 달에 열흘을 쉴 경우 이론적으로 매출은 30% 정도 줄어드는데 직원 월급 등 비용은 그대로 투입된다”며 “반대로 공장을 가동할 경우 정상급여의 2배에 달하는 휴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등 이래저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 등으로 글로벌 교역환경은 나날이 악화되는데, 정규직 전환 등 정부가 최근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월급 받는 사람들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듯해 속이 타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중기 근로자 입장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 중장비 업체 C사 대표는 “중소기업은 현재도 근로기준법이 있지만 형편상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대로 대기업과 공기업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중기보다 급여도 높은데, 여기에 황금연휴 특수까지 충분히 누릴 경우 중기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중기 협력사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기업 규모와 업종 등을 고려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수용하는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제조업 중기 중 47.3%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사”라며 “대기업이 납품기일을 연장하는 등을 통해 중기 근로자들도 박탈감 없이 연휴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 역시 “황금연휴로 인해 다수 중기들이 납기일 지연과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애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율적 수용 방안을 강구해 정책의 의미를 살려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