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북·미 협상…후속 협상 시기 보다 내용이 관건

하노이 회담 결렬로 북미 핵협상 결단을 내려야하는 국면으로 전환
북미, 국내 정치 변수가 커진 가운데 김정은 고심 깊어져
정부, 美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北美 대화 재개 협의
  • 등록 2019-03-07 오후 5:16:15

    수정 2019-03-07 오후 5:16:15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2.27~28) 이후 북핵 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상간 만남 전까지는 서로의 패를 가늠해 보면 줄다리기 혹은 기싸움을 이어가는 형국이었다면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만찬과 단독 정상회담·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가 가진 카드는 물론 향후 쓸 수 있는 카드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이번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외교부 소식통은 7일 “구체적인 정황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달 안에 북·미간 후속 협의가 재개되기는 힘들다고 본다”며 “우선 양측 다 이번 협상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토대로 입장을 정리하고 다음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도 그렇지만 북한측이 입장을 정하는 데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추측한다”면서 “실제로 현재까지도 북측에서 회담의 성과나 결과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문까지 준비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사인하지 않는게 좋겠다’(트럼프 대통령)고 판단한 만큼 다음에 북·미 정상이 만날 때는 이번에 합의하려 했던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각오가, 미국은 제재 완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현 상황에서는 이번 달 안에 북·미간 후속 협상이 재개되기는 힘들다”라며 “협상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시기 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신 센터장은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잇딴 강경 발언은 북한에 비핵화 로드맵을 가져오라는 미국측의 압박”이라며 “제재 완화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있으니 어떻게 비핵화할지를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6일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기록영화를 공개했지만, 회담의 내용이나 결렬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북미 간 긴장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북핵 협상 흐름이 경색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공조 하에 북·미 대화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간 협의를 가진 데 이어 이달 안으로 한·미 외교장관을 회담을 추진하는 등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일대일 단독회담을 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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