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압박하는 美 vs 콩 수입 중단한 中…협상 가시밭길

美, 中 통신장비업체 판매 제한 검토…협상력 강화목적
"제조2025 겨냥한 관세·기업 활동제재로 中 자극"
中 트럼프 표밭 대두 노려…대두 수입 일부 중단 정황도
협상 장기화 열어둬야…타협 실패 가능성도 제기
  • 등록 2018-05-03 오후 5:21:29

    수정 2018-05-03 오후 5:21:29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방성훈 기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

내로라하는 미국 강경파 대표단이 3일 정오께(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들은 4일 오후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류허 부총리, 중산 상무부장,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 등을 만나 미중간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전망은 밝지 않다. 외신들과 글로벌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양국이 이미 서로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데다 서로 한발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美, 중국 역린 건드린다…IT 산업 정조준

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통신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킹 등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미국 대표단은 무역갈등 해소해보겠다며 중국을 방문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행정명령이 중국 스마트폰 판매업체인 ZTE와 화웨이를 겨냥해 이뤄지는 조치라고 말한다. 화웨이와 ZTE는 중국의 1,2위 통신장비업체로 중국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제조 2025’의 핵심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활동이 가로막히면 중국이 추진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분야도 발목을 잡히게 된다.

무역 불균형을 둘러싸고 논쟁을 시작한 두 나라였지만 이젠 주고 받기식 관세 폭탄은 물론 양국 기업들의 활동에에도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IT기업을 견제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첨단 기술국가로 도약하고 싶어하는 중국은 ‘제조 2025’라는 계획을 내걸고 IT와 바이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장려해 왔지만, 미국이라는 걸림돌에 막힌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는 10여개 업종별 협회 대표들과 회의를 열어 외국인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입법 초안을 공개했다. 또 미국 재무부는 주요 산업과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가능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보호 정책 폐지 및 미국 기업 차별 금지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므누신 장관은 방중 직전 “중국 관리들과 무역불균형과 지식 재산권, 합작 기술 투자 등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中,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단판 합의 어려울 듯

중국 측도 반격의 무기는 있다. 중국이 애당초 미국에 맞서는 무기로 제시했던 것 중 가장 큰 카드는 바로 대두였다. 중국은 미국이 생산하는 전체 대두의 3분의 1 가량을 사들이고 있다. 게다가 대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중부 농업지대(팜벨트)에서 주로 생산된다. 중국이 대두에 높은 관세를 매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표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미국이 1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안을 내놓자 중국은 아껴뒀던 대두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두에 대한 관세 카드를 아직 휘두르지 않았지만, 중국이 이미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 조치를 취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8월 31일 종료되는 마케팅 연도 수출 물량 중 6만2690톤의 대두 주문 계약을 취소했다. 주문 철회는 지난달 19일까지 2주 동안 진행됐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출에서 두 번째 큰 시장으로, 미국이 생산하는 전체 대두의 3분의 1 가량을 사들이고 있다. 작년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액은 120억달러(약 12조9000억원)에 달했다.

미국 4대 주요 곡물거래업체 중 한 곳인 번지(Bunge)의 소렌 슈로더 최고경영자(CEO)는 “그들(중국)은 미국산 제품만 아니면 상관없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일부, 대부분은 브라질에서 대두를 사들였고 미국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을에 수확할 미국산 대두를 여름에 대량 구매하기도 하지만 무역갈등과 관련, 미국과 중국 간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한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주장을 마냥 받아들이진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내놓고 있는 △대중 무역적자 1000억달러 감축안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 육성책인 ‘제조 2025’ 육성책 억제에 대해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 방문 직전 반드시 연 3750억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달러로 낮추겠다고 밝힌 것과 평행선을 긋는 주장인 셈이다.

미중간의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오후 브리핑에서 “한 번의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이슈가 있어 중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지연되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0.1% 절하한 6.3672위안에 고시했다. 4거래일 연속 절하로 지난 1월 24일 이후 최저치다. 중국 금융당국은 미·중 관계와 상관없다는 움직임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선 이번 담판이 결렬되며 중국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을 대비해 중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가운데) 3일 정오(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므누신 장관은 윌버로스 상무 장관, 피터 나바로 제조업 정책국장 등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류허 부총리를 만나 미중간 무역 갈등 해소를 논의할 방침이다.[AFPB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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