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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 지난 1월 초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중단됐다. 일본 측이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으로 맞대응했다. 정치적 이슈가 곧 경제적 조치로 이어진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외환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과 맺었던 통화스와프 계약의 만기가 오는 10월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중 통화스와프가 우리 외환안전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양자 혹은 다자 간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은 총 1222억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00억위안-64조원으로 560억달러가량에 달한다. 전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르는 셈이다.
여러 국가와 동시에 맺은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384억달러)를 제외하면 그 비중은 70%로 더 확대된다. CMIM의 경우 미 달러화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원국 동의 등을 거쳐야 해 절차가 복잡하다.
더구나 한·중 통화스와프는 상호 간 무역결제 자금뿐 아니라 금융안정 목적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서로 간의 금융시장에 위기가 왔을 때도 통화스와프를 이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얘기다.
당국에서도 한·중 통화스와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중 통화스와프에 대해 “규모도 크고 의미가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같은 한·중 스와프 연장 계약의 걸림돌로는 사드 배치 이후 급속도로 나빠진 한·중 관계가 꼽힌다. 지난달 중 진행된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총재에게 관련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당국은 협상력 등을 고려하면 미리 나서기보다 차분히 상황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통화스와프 연장계약 협상은 만기가 도래하기 3~4개월 전에 이뤄진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관련 상황을 지켜보며 영향과 향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충분히 준비하되 여러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점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제외하더라도 660억달러에 이르는 안전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에 급급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연장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중단된다고 해서 외화유동성에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금융시장에서 위기가 불거졌을 때 미국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