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의 발언’ 이후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아직 경선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간의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추격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호남 지지율 격차는 더 크다. 안 지사 지지율이 20%를 넘나들 때만 해도 지지율 차이가 10%포인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5~3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경선 성격상,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넘겨 대선후보를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조기대선의 상수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대선승리까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범여권 후보가 지금처럼 지리멸렬하고 국민의당 후보가 지지율 20%를 넘기지 못하면 문 전 대표는 무난하게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이 20%를 넘고 바른정당 후보와 연대한다면 대선구도가 급변할 여지는 있다.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전제가 있다. 우선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천정배 전 대표간 경선이 흥행해야 한다. 경선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끌고 당의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경선룰이 중요한 이유이다. 현재 세 대선주자는 현장투표와 숙의 배심원제,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놓고 경선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미 문재인으로 정해졌다. 국민의당도 안 전 대표가 선출될 확률이 높다. 70~80% 된다. 그래도 이변의 여지가 있다. 이변이 생길 확률을 높아야 국민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당 지지율이 15%를 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당 지지율은 10~12%에 갇혀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40%를 상회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30%포인트 가까이 난다. 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으면 대선후보를 선출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 지금까지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바라봤던 유권자들의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미래비전이 있고 안정적 개혁을 할수 있는 당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수권능력, 세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당 의원은 39명인데 반해 민주당은 121명이다. 연정을 한다고 해도, 39명을 갖고는 집권기회를 달라고 국민들한테 호소할 수 없다. 미리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연대, 연정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지금 국민의당이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은 바른정당이다.
자유한국당에서 분당했지만 같은 탄핵세력이고 사실상 야당이다. 바른정당 지지율은 6% 전후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한다고 해도 15%를 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합종연횡을 하지 않으면, 대선 후 당의 존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연대해 후보를 단일화하면 문재인과 1:1 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안을 받아들이면 연대가 급물살을 탈 것이다. 이번 대선은 야야 대결을 벗어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개헌안까지 발의된다면 금상첨화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개헌 단일안을 만들어 발의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여기에 민주당 비문계 의원들까지 가세하면 의결정족수인 200명을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개헌안이 발의되는 순간, 대선정국은 급격하게 개헌 대 호헌, 대통령 임기단축 대 5년 임기 사수, 개혁 대 기득권 세력간의 대결로 전환될 것이다. 정국이 급변하면 문 전 대표도 개헌 로드맵을 밝히고 임기단축 개헌안 수용으로 치고 나올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중도층과 보수층의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만약 문 전 대표가 끝까지 개헌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보수층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고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사표방지 심리를 부추겨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 한자리에 모인 국민의당 대선주자 (나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국민의당 대선주자 3명이 지난달 27일 오후 전남 나주시 중흥골드스파리조트에서 열린 ‘국민의당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연수’에 함께 참석해 인사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손학규, 천정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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