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 위원들 “美경제 좋다” 한목소리에도…긴축 전환엔 견해차 뚜렷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미 중형은행연합 원격 행사에 참석해 “경기회복 지원을 위해 연준이 시행 중인 부양책을 축소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중기 전망이 매우 좋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경제) 지표와 여건은 경제 회복을 위한 강한 지원이라는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정도로 충분히 진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특히 조기 긴축론의 주된 근거로 인용되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대부분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올해 물가가 3% 오른 뒤 내년 이후에는 연준 목표치인 2%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하다”며 “관련 데이터를 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윌리엄스 총재와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이날 의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제출한 사전 증언자료에서 최근의 가파른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초반 물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높은 휘발유 가격, 경제 재개에 따른 소비 확대, 공급 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시적인 공급 효과가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장기 목표치(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제 전망에 드리운 불확실성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할 때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통하는 인사다. 그동안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두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런데 지난 18일 CNBC와 인터뷰에서 “첫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말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파 목소리를 냈고, 이날 역시 비슷한 톤으로 언급했다.
불러드 총재는 “경제가 올해 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위치에 있다”며 “테이퍼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서도 “상방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같은 포럼에 나와 “연준의 경제 전망이 바뀐 것은 미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걸 반영한 것이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매우 건강한 것”이라며 “연준은 완화적인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처럼 연준 내 주요 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가열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미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매달 1200억달러 상당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왔다.
이는 미 연방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안과 ‘쌍끌이’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덕분에 미 경제는 백신 접종 개시 이후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연준 위원들은 지난 15~16일 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논의 착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정상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앞당긴 2023년 말로 봤다.
연준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빨리 긴축 기조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웰스파고는 “연준이 아직 통화정책을 실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았지만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방향을 바꿨다”며 “이는 연준이 통화정책 긴축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