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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월 CPI 8.5% 상승…40년래 최고
미국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 대비 8.5% 상승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81년 2월 이후 최고치로, 월가 예상치 8.4%를 웃돌았다. 전월대비로도 1.2% 오르며 월가 예상치 1.1%를 웃돌았다. 이로써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개월 연속 6%를 넘어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휘발윳값 급등세가 이어지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3월 에너지가격 상승률은 전월대비 11%를 나타냈다. 3월 식료품 가격도 전월대비 1.5% 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항공료와 호텔숙박비 등 변동성이 심한 항목들이 크게 올랐다는 점이 그 이유다. 실제로 3월에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심한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동기 대비 6.5%,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월가 예상치는 각각 6.5%와 0.5%였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물가는 예상보다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중고차와 의류 등 일부 항목의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변동성이 심한 항목들도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3월 갤론당 4.33달러에서 지난 12일에는 4.10달러로 내렸다. 앤드류 헌터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가는 “3월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물가 압력이 마침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수치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 찍어도…당분간 고물가 지속될 것
그러나 물가가 계속해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다시 확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어 물가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것. 블레리나 우르시 T.로우 프라이스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중고차값 하락을 제외하고는 공급망 혼란이 계속해서 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19 확산은 위험신호일 수 있다. 소위 공급망의 정상화가 실현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3월 물가상승률이 정점이라 해도 앞으로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로 하락할 것인지 여부다. 임대료와 기타 주택 비용을 포함한 서비스 비용은 다른 품목보다 빠르게 상승하지만 더디게 움직여 사실상 인플레이션 경로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3월) 수치는 정점을 나타냈을 수 있다. 다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수개월 내 하락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말까지도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올 4분기 인플레이션 전망치 중간값은 전년대비 5.4%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2%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존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앞서 예고한 0.5%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12일 WSJ 일자리 서밋에 참가한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3월 근원 CPI가 예상치를 하회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연준은 5월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공식화하고, 6월부터 이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