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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섯 차례의 인상에도 여전히 미국 금리는 2%를 웃도는 수준으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시장은 금리 인상이라는 예고된 악재에 발작과도 같은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3일(현지시간) 그 이유를 글로벌 경제를 뒷받침하는 ‘중립적인 금리’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21일 IMF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3개월만에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0.2%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3.6%로 0.1%포인트 내렸다.
IMF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담당하는 지안-마리아 마일리-페레티는 WSJ에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노동력이 감소하고 생산성 역시 저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학 교수는 “중립금리는 저축과 투자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라며 “세계적으로 저축보다 전 세계의 투자가 부족해 중립 금리 역시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면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왔던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매년 전년비 15~20%씩 인프라투자를 늘리며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인프라투자 증가율은 3.5%까지 떨어졌다.
리서치회사인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앤드류 배슨은 “중국이 다른 아시아 선진국 경제 궤도를 따라간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이 증가율은 5~6%여야 한다”며 “중국경제가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성장해왔지만, 그 투자 결과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중국정부의 부채 문제는 심화되고 있고 중국 출생률 역시 지난해 인구 1000명당 10.94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낮은 실업률과 어닝서프라이즈 등 호황기를 맞고 있는 미국 경제 역시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덕택이 컸다. 그러나 학술단체인 펜 월트 예산 모델에 따르면 늘어난 투자는 대부분 유가 상승에 따른 셰일가스 생산 증대였다. 그러나 더이상 미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도, 유가 상승도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다.
WSJ는 “당장 세계경제가 침체로 접어드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저성장의 세계에서는 약간의 긴축만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각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