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판단을 두고 법조계에선 사실상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은 총수 구속이란 최악의 상황을 피했고, 재계 안팎에서 `무리한 수사`니 `검찰권 남용`이니 비판을 받아온 검찰로서는 최소한 수사의 정당성은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승패는 유무죄를 다툴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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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소명 해석 분분…장군멍군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기각 사유에서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그동안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불구속 재판 원칙에 반해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방어권 보장을 우선한 결정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사안이 복잡해 (범죄 혐의는) 단기간 내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안의 경중 보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초점을 두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역시 “사실관계 소명이 법리적 평가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면서 “사안의 성격상 1심 구속기간인 6개월 안에 끝내기 어려워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한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조금 우세한 편이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맞지만 전체적으로 범죄 혐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고, 판사 출신 다른 변호사는 “사실관계와 법리적 평가는 재판에서 또 다를 수 있다”면서 “범죄 혐의를 (영장전담이 말한) 사실관계로 볼 수도 있지만 검찰 주장과 논리 자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檢, 불구속기소 방점…수사심의위 판단 주목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우선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두고 막판 혐의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조직적이고 직접적인 개입 여부를 입증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영장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의 주역이 돼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에 위기를 맞으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수사심의위 회부 여부를 논의하는 부의심의위원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부의심의위는 검찰 수사팀과 이 부회장 측 의견서를 제출받아 안건을 논의한다. 양측 모두 사활을 건 설득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장심사를 맡은 법원이 기각 사유에서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만큼 수사심의위에 회부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