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상당한 수준 담았다"…채권단, 자구안에 일단 합격점

두산솔루스 매각 등 유동성 확보 총망라
시기와 가능성 중요‥현미경 검증 돌입
이달 중 협의 끝나면 추가지원 나설 듯
  • 등록 2020-04-14 오후 6:08:38

    수정 2020-04-14 오후 7:01:11

[이데일리 장순원 김인경 기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두산그룹이 제출한 고강도 자구안을 놓고 현미경 검증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일단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에 검증의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채권단과 두산이 자구안을 확정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기까지 밀고 당기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14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전날 두산이 제출한 자구안 검토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지배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두산 측이 상당한 수준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다”면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마련한 자구안에 대해 일단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셈이다.

두산 측 역시 이미 “대주주가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두산솔루스를 포함해 핵심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총망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산솔루스 매각카드 여전히 유효

두산은 이미 사모펀드(PEF)인 스카이레이크와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 지분 전량(61%) 혹은 51%(경영권 포함) 매각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의 유동성 확보 차원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양측이 몸값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판이 완전히 깨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그간 두산솔루스 매각은 두산그룹의 자구안의 핵심방안으로 거론돼왔다. 두산솔루스의 매각금액이 많게는 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도 많아 그룹의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도 가능한 카드다. 전자·바이오소재업체로 성장성도 커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매각될 가능성이 큰 매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솔루스 매각만으로는 채권단의 기대를 충족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두산은 이외에도 특허권 포함 두산중공업 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오너 일가 사재출연, 두산밥캣 지분 유동화 또는 담보대출과 함께 임직원의 월급삭감이나 인력 구조조정 방안도 자구안에 포함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천억 만기..현금 확보 여부 현미경 검증

관건은 실행 시기와 가능성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약 4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6000억원은 이달 만기가 돌아와 한시가 급한 처지다. 두산중공업을 지원하려는 두산그룹으로서도 여유가 많지 않은 편이다. 채권단은 자구안을 통해 두산이 최소 1조원 이상은 확보해야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자구안을 놓고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이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이 어느 정도 될 지가 중요하다”며 “자구안을 바탕으로 실효성을 따져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산중공업이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텐데, 그때까지 생존하려면 자회사 한두 곳 매각으로 어렵다”면서 “(대주주 일가의)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자구안이 실행돼 현금이 들어올 수 있느냐에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거론되는 자산을 매각한다고 해도 현금이 유입되는 부분이 많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상황에 따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에서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따로 떼어내는 방안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채권단과 두산의 눈높이가 다른 만큼 자구안을 놓고 당분간 밀고 당기기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채권단은 4월 중 검증을 끝내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앞으로 자구안의 타당성과 실행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두산그룹과 협의를 거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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