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홀터 모니터(Holter Monitor)를 갖추려면 억대를 넘어가는 돈이 듭니다. 장비 부담 문제로 인해 대형병원에 전체 ‘부정맥 진단’ 환자의 약 95%가 쏠려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동네병원에서도 심전도 상 위험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했습니다.”
| 길영준 휴이노(HUINNO)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목에 차고 있는 의료기기가 휴이노가 처음 선보인 시계형 심전도 장치인 ‘메모 와치(MEMO Watch)’다. (사진=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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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영준 휴이노(HUINNO) 대표는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 3차 진료기관에 가지 않고 동네에 있는 1차 개원의(醫)로부터 부정맥 판정이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휴이노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메모 와치(MEMO Watch)’, 스티커형인 ‘메모 패치(MEMO Patch)’, 인공지능(AI) 기반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메모 에이아이(MEMO A.I)’ 등 3가지가 주력 제품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이노는 고려대 안암병원과 국내 최초로 스마트 모니터링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1호 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어 3월에는 MEMO Watch와 MEMO A.I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2등급)을 획득했다. MEMO Patch 또한 올해 상반기 승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길 대표는 “상반기 안에 메모 와치와 메모 패치에 대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연내 보험수가가 적용돼 동네 병·의원도 쉽게 처방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메모 와치(MEMO Watch)’, 스티커형인 ‘메모 패치(MEMO Patch)’, 인공지능(AI) 기반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메모 에이아이(MEMO A.I)’. (사진=휴이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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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노는 작년 벤처캐피탈(VC)로부터 83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며 재무적 투자자(FI) 그룹을 통해 시리즈A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최근엔 새롭게 유한양행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유한양행은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형태로 총 50억원을 투입해 휴이노의 2대 주주를 확보했다.
길 대표는 “1차 의료기관도 심전도 측정·분석이 가능해지면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경구용 항응고제(NOAC) 처방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면서 “유한양행은 자사의 경구용 항응고제 보급과 함께 휴이노 심전도 모니터링 기술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0.9% 수준인 부정맥 조기진단율을 11%로 12배가량 높이면 연간 4000억원에 이르는 의료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휴이노 측 추정이다. 대형 병원 입장에선 환자 당 부정맥 분석시간을 30분 정도 단축시켜 다른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초진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본다. 낮아진 가격으로 부정맥 진료능력을 확보한 1차 의료기관 9만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뇌졸중 발생 등을 막아 사망률을 낮춰 연(年) 2조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그는 “늦어도 내년까지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코드를 등록해 모든 병원에서 처방할 수 있게 되면 곧바로 시리즈B 라운드를 오픈할 방침”이라며 “시리즈B는 기업공개 전 단계(Pre-IPO)일 것”이라고 했다.
50여개의 글로벌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휴이노는 이미 20개 이상의 국내 특허를 등록하고 10여개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오는 2022년에는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 12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휴이노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차고 심장 진단을 받는 시연회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