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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실무진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이처럼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①‘강남’만 호황이다
먼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18일 “현재 부동산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것은 서울 강남권에 국한한 것일 뿐, 수도권이나 지방 집값은 보합 또는 정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강남만 보고 부동산 정책을 펼 순 없다.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의 후속 조치로 부동산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강남발(發) 주택 투자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할 것을 걱정해서다. 전국 분양시장에 청약 통장이 몰리면서 집단 대출 중심의 가계부채가 다시 폭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우려가 아직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서울 강남권과 그 외 지역 집값이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3%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과 수도권(서울 포함) 아파트값 상승률도 각각 1.83%, 1.04%로 물가 상승률(0.9%)을 소폭 웃돌았다. 지방 아파트값은 되레 0.48%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②시장 찬물 끼얹을라
특정 지역 규제가 시장 전반의 침체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배경이다. 이미 국내 주택시장에는 ‘공급 과잉’이라는 하방 리스크가 대기하고 있다. 부동산114는 내년과 2018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을 각각 37만 3360가구, 39만 5913가구로 추산한다. 2012~2016년 5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23만 8225가구)을 10만가구 이상 웃도는 규모다.
이런 마당에 자칫 규제 칼을 잘못 휘둘렀다가 시장 전반의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이 차관보는 “과도한 분양 공급으로 인해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집값이 내리면 우리 경제의 잠재적 문제인 가계부채와 금융시장 안정에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③호가(呼價) 뻥튀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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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등 주택시장 과열 양상이 실제보다 다소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정보가 시장의 과대 해석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가에 기반을 둔 KB국민은행 시세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35.64㎡형의 현재 평균 매매가는 9억 1000만원으로 올해 1월보다 2억 5000만원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최근에는 거래가 전혀 없었고, 지난 8월 평균 거래 가격도 8억 8000만원으로 KB시세보다 3000만원 낮았다.
④강남3구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실제 지정은 ‘미지수’
기재부는 자체 검토 결과,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 구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이미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정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정부는 시장에 엄포를 놓는 ‘구두 개입’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이사 철이 지나면서 지금의 재건축발 과열 현상도 일부 완화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벌여놓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은행 대출 길이 막히는 등 피해를 당하는 실수요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기꾼 내버려 두고 애꿎은 서민만 잡았다”는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금융당국 등이 여론 압력에 떠밀려 가계부채 질적 관리에서 양적 관리로 방향을 틀면서 은행도 중도금 대출을 획일적으로 중단하는 등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계부채는 과거처럼 질적 측면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부동산 투자자가 얻는 과도한 시세 차익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환수하는 제도를 설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중도금 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해 소득이 없는 가수요를 걸러내는 것도 가계부채 증가와 시장 과열을 방지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