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 16일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알려진 약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 알려지자마자 비대면으로 처방을 받았다. 이씨는 BMI(체질량지수)가 27 미만인 정상 체중이지만, 평소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병원에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을 경우 위고비 처방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비대면 진료를 택했다. 이씨는 “전화로 손쉽게 (위고비) 1펜(4회분, 1개월치)을 처방받았다”며 “편의점에서 물건 사듯이 처방약을 받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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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 출시된 위고비는 비만치료제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특히 BMI 30 이상인 성인 고도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며 고혈압 등을 가진 과체중 성인만 처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씨의 사례처럼 처방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비대면으로 위고비를 구매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비대면 진료 앱에 ‘뱃살을 빼고 싶다’고 쓴 뒤 부산에 있는 한 의원에 진료를 예약했다. 잠시 뒤 걸려온 병원과의 통화에서 기자는 BMI 18.47, 저체중에 가까운 현 상태를 설명했다. 그리고 병원장에게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곧바로 “1펜 처방해 드릴게요”라는 말만 돌아왔다. 두 처방전 모두 앉은 자리에서 각 1분 25초, 25초 만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처방된 약을 구매하려면 약국에서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약사가 육안으로 고도비만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도 있지만 처방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도비만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것은 진단의 영역이라 약사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37)씨는 “처방약 간 문제가 되는 상호작용이 있는 게 아니라면 사람을 보고 진단을 내리는 것을 약사가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비대면 처방 약에서 제외해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위고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온라인상 불법 판매와 광고행위를 단속하는 한편 관세청과 협의해 해외직구도 차단하고 있다. 다만 비대면으로 처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오남용을 부르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혜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위고비도 처방기준이 있는데 비대면으로 키와 몸무게를 재고 처방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지금처럼 오남용이 우려되는 전문의약품은 비대면 처방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우선 비만치료제에 대한 과대 광고를 자제해 달라고 플랫폼에 요청한 상태”라며 “처방에 관해서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식약처와 함께 모니터링을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오남용 우려가 크다면 식약처에서 오남용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비대면 진료 시 처방 가능 약에서 빠질 수 있도록 제도가 돼 있는데, 식약처와 협의해 그 부분까지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