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모두를 위해 모두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고, 전쟁 중 주로 여성에게 자행되는 잔혹 행위에 침묵하는 평화는 피상적이고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다며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강경화 전 장관은 이날 오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연 ‘2021 여성평화회의’ 세 번째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여성의 목소리는 협상 테이블에서 전쟁 당사자들뿐 아니라 일반 민간인들의 이익 보호를 추구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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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장관은 “퇴임 후 첫 공식행사”라고 말문을 연 후 “다양한 공직에서 활동하며 노력해온 분야로 여성 리더십 관련 강연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미얀마, 중동 등 최근 상황을 언급하며 “여러 많은 곳에서 평화가 후퇴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주로 여성과 여아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성폭력 등 전쟁 중 자행되는 잔혹 행위 희생자와 생존자 고통에 침묵하는 평화는 피상적이고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분쟁 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여성과 리더십을 공유하게 되면 다시 분쟁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이러한 교훈은 명문화된지 오래됐다”면서도 “그러나 일선 상황은 다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마찬가지”라며 “관련 협상 테이블에 여성이 참여해 여성의 열망과 목소리가 논의에 반영될 때 보다 지속가능하고 탄탄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북 여성 지도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산발적 교류를 해왔고, 남한 여성단체들은 지속적으로 평화 이슈 불씨를 유지했지만 대체로 부수적이고 상징적 행사에 그쳤다”면서 향후 공식, 비공식 협상에서의 여성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탈(脫)진실에 대한 여성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가짜 뉴스, 진짜 뉴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면 분열과 단절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며 “평화와 공동선은 거짓과 허위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를 수 있는 의식이 아니다. 수년 수십년 길러야 하는 마음의 습관”이라며 여성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여성이 남성보다 진실에 대한 의지가 강할까, 여성이 거짓에 더 불편해할까”라고 반문하며 “여성 지도자들이 남성보다 더 정직한 경향이 있다는 수많은 리더십 관련 연구가 있다. 여성 지도자들은 대화를 선호하고 투명하며 의견 종합 능력이 높고, 사려가 깊은 경향이 강하며 일방적이고 불투명하거나 계급적이고 경쟁적인 상황에 약한 편”이라고 했다.
이날 강 전 장관은 “그 어떠한 국가에서도 외교부 장관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외교부 장관 재임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각 국가 간 관계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초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하며 지속적인 글로벌 도전 과제들과 코로나19 대유행처럼 예기치 못한 충격이 정부 간 협력 한계를 시험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분단국가에서 외교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임무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봉사할 수 있었던 하루하루에 마음 깊이 감사하다. 외교부 전문적 직원들의 헌신, 타 부처 간 협업, 대통령의 신뢰가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발탁된 강 장관은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첫 외교 사령탑이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외교부 장관에 올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특보로 활동하던 그는 발탁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 1차 내각에서 가장 큰 조명을 받았다. 비외무고시 출신의 다자외교에서 경력을 쌓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전대미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문재인 정부 내각의 원년멤버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3년7개월여간 자리를 지켰다. 재임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있어 주요 역할을 해왔으며, 외교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수행 차 방북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가장 널리 알려졌다는 평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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