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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PC 업계에 따르면 고객의 수요 변화와 기기간 융·복합 추세에 따라 PC 시장에서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PC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CPU(중앙처리장치)부터 PC 완제품 자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업체들의 몰락이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줄 지도 관심사다.
◇‘오랜 앙숙’ 인텔과 AMD의 ‘깜짝’ 연합
PC 시장을 주도하던 CPU 시장에서 6일(현지시간)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x86 (인텔이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계열) 프로세서 시장에서 절대 손 잡지 않던 ‘앙숙’인 인텔과 AMD가 서로의 칩을 결합한 설계가 가능하도록 제휴했다는 내용을 공동 발표한 것. 인텔의 CPU에 AMD의 GPU(그래픽 프로세서)를 결합한 제품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서로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시도에 업계는 신선하다는 반응과 충격이라는 반응이 같이 나왔다.
기존 PC용 반도체 업체들은 현재 엔비디아의 GPU 중심 프로세서 전략과 퀄컴을 위시한 ARM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코어 기반 프로세서의 공세 앞에 점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전력 소모량이 적어 모바일 분야에서는 이미 ARM 코어가 대세가 됐고, 역시 에너지 효율이 좋은 엔비디아 제품은 서버 시장에서 기존 x86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 x86의 최대 장점이던 고성능은 이제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 속에 퇴색되고 있다. 인텔과 AMD는 이날 공동 보도자료에서 내년 1분기쯤 양사의 기술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에 본사를 둔 PC 제조사 에이서는 KT와 손을 잡고 이달 한국 시장에 LTE 지원 노트북 신제품 ‘에이서 원 13(Acer One 13)’을 출시했다. KT의 지원금을 더하지 않은 출고가눈 42만9000원으로, 업무와 과제 중심의 실용적인 구성으로 가격을 낮췄다. 김남웅 에이서코리아 본부장은 “전국 어디에서나 초고속 LTE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콤팩트한 사이즈와 무게로 휴대가 용이하도록 했으며, 외부에서 사용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알루미늄 재질의 풀메탈 바디로 긁힘 등의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KT는 이 제품 사용자를 위한 전용 요금제 2종을 선보이며 세 확산에 나섰다.
그 동안 업계에서 LTE 노트북이 출시된 적은 있지만, 대부분 고사양에 고가라서 소비자 부담이 컸다. 이 때문에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는데,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해 이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이 기업과 개인 모두 증가한 점이 이번 제품의 출시로 이어졌다. 김 본부장은 “KT나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서 자체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요즘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64GB라는 내부 저장공간의 한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계 제조사의 몰락도 이어질 듯
일본계 PC 제조사의 몰락과 이를 기반으로 세를 불리는 중국계 PC 제조사의 부상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최근 일본 후지쯔가 PC 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레노버는 앞서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하며 씽크패드 브랜드를 가져오면서 한동안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지금은 다시 휴렛패커드(HP)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중국산이란 선입견을 벗고 시장 내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일본에서는 소니가 2014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된 PC 사업부를 떼어내 제품 브랜드인 ‘바이오(VAIO)’라는 회사로 분사시켰고, 이후 일본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레노버는 일본 내에서 또 다른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히타치제작소와 NEC도 PC 사업에서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