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설치하면 만사형통?…공수처 선례 짚어보니

검수완박 원안·중재안 핵심은 ‘중수청 설치’
‘수사 역량’-‘非검찰 등용’ 딜레마, 중수청도 겪나
‘정치적 편향’·‘기관 설립 비용’도 골칫거리
법조계 “공수처 정상화가 먼저 아닌가?”
  • 등록 2022-04-26 오후 4:56:19

    수정 2022-04-26 오후 4:56:19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면서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서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립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1년이 넘도록 숱한 논란을 낳으며 ‘존폐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급조된 중수청은 사법 체계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그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1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검수완박 원안’은 중수청을 신설하고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직접 수사권을 모두 이관하는 게 골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 중재안’은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는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중수청이 설치되면 수사권을 폐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공수처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중수청이 수사 기관으로서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시행착오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 개혁 명분이 과도하게 부각된 탓에 수사 기관의 본질인 ‘수사 역량’이 오히려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수처는 검찰 견제가 목적이라며 검찰 출신 검사 임명을 제한했고 이는 결국 쏟아지는 고발 건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건은 적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중수청도 공수처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수사 전문성과 능력이 검증된 검사들이 대거 중수청에 이직하면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빼앗은 검수완박의 취지가 퇴색된다. 반대로 중수청도 비(非)검찰 출신의 수사 인력 확보에 집중하면 공수처와 비슷한 수사 역량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공수처는 출범 당시부터 ‘대통령의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고 실제로 출범 직후 ‘친정권 검사 황제 의전’ ‘야권 대선 후보 표적 수사’ ‘야권 인사 무차별 통신 조회’ 등 정권에 편향된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김진욱 공수처장은 정치적 중립 위반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국민적 불신 해소는 요원한 상황이다.

중수청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일례로 중수청이 법무부 산하에 설치될 경우 정부·여당이 법무부 장관을 매개로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지난 수십 년 간 다양한 민주적 감시·통제 장치를 마련해 온 검찰과 달리 중수청은 이 같은 장치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수사 기관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신축된 전주지검 청사 건축비에는 약 770억 원이 들었다. 대검은 “중수청 본청과 6개 지방수사청 건물 신축비에 약 539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공수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에 약 100억 원을 썼지만 여전히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 시스템의 복잡성이 심화돼 사건 처리 과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필요한 예산도 대폭 늘어나면서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불편이 높아질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검찰 출신 박인환 변호사는 “무리한 공수처 설립으로 수사기관 간 관할 문제만 복잡해졌고 권력 기관의 총량만 커져서 국민의 아까운 혈세를 낭비했다”며 “무분별한 기관 확대는 최종적으로 국가 권력 비대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일하는 우리조차 사건 처리 과정이 복잡해졌음을 체감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은 오죽하겠냐”고 반문하며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문제면 이를 바로잡으라고 만든 공수처 기능의 회복·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순서에 맞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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