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작년은 지구가 생긴 이래 가장 더운 한 해였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세계 평균 온도가 섭씨 14.83℃를 기록해 20세기 평균 온도에 비해 0.94℃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유례없는 기온 상승으로 세계가 유례없는 잦은 자연재해와 해수면 상승, 생물자원 변화 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기후변화는 우리를 둘러싼 해양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지난 48년간 한반도의 연근해 수온은 1.11℃ 상승하였으며, 이는 세계 평균 수온 상승 정도(0.38℃)를 3배가량 웃도는 수치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흔하게 잡히던 명태, 오징어 등의 한류성 어족자원은 차츰 자취를 감추고 남해에서 주로 잡히던 옥돔 등 난류성 어족자원은 북쪽으로 이동해 주요 어장이 남해에서 동해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2003년 설치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시작으로 현재 신안 가거초, 옹진 소청초에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해 총 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주요 관측 거점에는 조위관측소, 해양관측부이 등 총 126개의 해양관측시설을 설치해 한반도 주변의 해양현상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조석·해류·수온 등 연근해의 해양현상을 관측한 자료를 활용해 재해 발생을 사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리 어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현재 126개소인 국가해양관측시설을 2020년까지 141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2022년까지 연안을 포함한 전 관할해역의 효율적 해양관리를 위한 정밀 측량을 마쳐 우리 바다의 새로운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그릴 계획이다.
바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우주 공간에까지 미쳐 지상에서 3만6000km 떨어진 상공에 해양 관측소를 마련했다. 지난 2010년 6월 24일, 정부는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 ‘천리안 1호’를 발사해 24시간 우리 바다를 관측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천리안 위성은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우리나라 상공을 돌며 한반도 전 해역과 일본·중국 동부 연안을 아무르는 전 지역을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천리안 1호가 수집하는 해양관측정보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류 순환 경로, 해류의 색깔을 기반으로 파악되는 조류의 분포 정도, 해수의 온도 변화, 해양 오염물의 이동 경로 등 다양하다. 적조 띠 형성 등 수산부문에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현상을 준(準)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동 예상 경로 정보를 제공해 수산업 생산성 향상과 어민 소득 보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이에 따른 연근해 어족자원 변화 등 우리를 둘러싼 해양환경의 변화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준비된 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말처럼, 우리는 이미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빠짐없이 파악해 대응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정밀해질 우리의 해양관측시스템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의 바다를 깊고 넓게 살펴 더욱 많은 바다의 비밀을 보게 되는 천리안(千里眼)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