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폐쇄 위기…北김여정 추가 수순 밟나(종합)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뒤 첫 불통
북 통전부 담화 연장선
“對南 비방 이은 南지원 압박”
압박수위 갈수록 높아질 듯
남북평화 분위기 후퇴 불가피
  • 등록 2020-06-08 오후 5:03:23

    수정 2020-06-08 오후 5:03:2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8일 오전 북한의 불응으로 가동되지 않았다. 2018년 9월 개소한 뒤 1년 9개월 만의 일이다.

대북 전단 살포를 중지하지 않으면 남북 간 정상 합의를 폐기하고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는 북한의 공언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4.27판문점 선언에 따라 개설된 연락사무소가 폐쇄될 경우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의 후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연락사무소 폐쇄 예고 후 첫 불통

통일부에 따르면 남측은 오전 9시 예정대로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북측은 수신을 거부했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히며 “관련 상황을 지켜보도겠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 1월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연락사무소 운영 잠정 중단에 합의하는 대신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 남북 간 통화로 소통창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넉달여만에 북한이 유선 연락마저 끊으며 대남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측의 조치를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와 함께 연락사무소 폐쇄를 시사했다. 이어 5일 밤 북한 통일전선부에서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 제1부부장이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 등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철거·군사합의 파기 예고

북한이 8일 실제 행동에 돌입하기 위한 첫 단추로 연락사무소의 연락에 응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북측이 개성공단 철거,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예고된 이후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기존에 우리에게 예고한 1단계 조치가 취해진 것이지만 이러한 조치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이 차차 수위를 높인다고 해도 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그다음 조치가 이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향후 정부의 대응에 따라 북한의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남측의 반응을 신속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북한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설명이다.

통일부는 관련 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또 법 제정 전까지 “4·27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는 것으로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남북군사합의 이행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폐지 위협도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인 3월 일방적으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북한 인력을 철수시켰다가 사흘 만에 복귀시켰다. 최근엔 대남 압박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북한이 예고한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한 당국자는 “국제 제재를 막기 위해 한미가 협의를 하거나 한국이 국제 제재 대열에서 이탈해 남북 경협을 하길 원하고 있다”며 “저강도 도발이나 해안포 개방, 북방한계선(NLL) 훈련 재개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내치 집중·김여정 대남문제 전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일 당 정치국 회의를 열었지만 최근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대북전단 관련 대남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코로나19 국면 속 김 위원장은 대남 메시지 없이 경제와 민생 등 내치를 챙기고, 대신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대남 문제를 일정 부분 맡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역할 분담에 나섰다는 얘기다.

8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나라의 자립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구체적으로는 △화학공업 발전 △평양시민 생활보장 등이 집중 토의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확산과 대북 제재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위한 자구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미 관계가 큰 진전이 없는 만큼 대남 압박성 메시지는 김 제1부부장이 내고,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 여지를 두는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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