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다 지어도 안 팔린 ‘준공 후 미분양’이 서울 안에서도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 3구와 인근은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지만 강북과 강서 등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고 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서울과 수도권, 지방 사이의 간극도 확대하고 있다. 입지와 가격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단 분석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공사를 다 마치고도 건설사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각종 노력을 했음에도 미분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흔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린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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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데일리가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 통계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7546가구였던 준공 후 미분양은 매월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6월 9399가구에서 지난 7월(9041가구)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다음 달인 지난 8월 바로 9392가구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역별로 준공 후 미분양 현황을 분석해 보면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은 준공 후 미분양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대구와 부산, 울산 등 지방은 준공 후 미분양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 6월 준공 후 미분양이 484가구를 기록한 이래 7월 437가구, 지난 8월 385가구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기간 전국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을 나타냈다. 대구는 지난 7월에서 8월 준공 후 미분양이 755가구에서 791가구로 증가했으며 부산도 같은 기간 797가구에서 809가구로 준공 후 미분양 가구가 늘었다.
서울 안에서도 ‘옥석 가리기’는 분명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 8월 기준 서울 내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한 지역은 중구 3가구, 광진구 3가구, 강북구 79가구, 강서구 170가구, 금천구 34가구, 강동구 96가구다. 강동구는 전용면적 40㎡ 이하 1인 가구용 면적에서 91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지방 곳곳에선 입주 시작 후 안 팔린 미분양에 대해 분양가의 20% 이상 파격 할인하는 ‘할인 분양’이나 무상 옵션 제공 등을 내건 광고가 부쩍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할인 분양 움직임이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수요가 적은 지역 위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기마다 반복하는 양상인데 2008년엔 경기도 수도권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할인분양으로 4억이던 분양가를 3억까지 할인하면서 철조망으로 할인분양 가구를 막은 사례도 있었다”며 “할인분양 움직임이 서울, 수도권엔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역적 양극화 현상은 부동산 침체기 속 더 공고해지리라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고금리 장기화 추세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사람들이 좋은 지역에 대해 선호하는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부동산 침체기일수록 청약이든 매매 거래든 입지나 교육 환경이 좋아 수요가 몰리는 곳은 앞으로도 가격을 방어하거나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이 지역적·국지적 양극화의 심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