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르면 내년 초 본사 설계사 채널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본사 소속 설계사 조직을 별도의 자회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일종의 보험상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가 설립되는 셈이다. 새로 설립되는 법인에는 기존 영업지원 부서 등 일부 본사 직원들도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별도로 두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화생명처럼 전속 설계사 조직을 모두 분사한 적은 없었다. 사실상 보험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첫 시도다. 미국 등 선진국은 보험 상품 개발은 보험사에서, 판매는 판매전문회사에서 각각 나눠서 맡는 ‘개발과 판매의 분리’가 활성화돼 있다.
한화생명은 설계사 조직을 분사시키고, 상품개발부문이나 자산운용부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상품개발 역량에 집중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다만, 법인영업부와 방카슈랑스 등의 일부 영업조직이 본사에 남게 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영업부분 선진화를 위해 설계사 조직 분사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 한화생명은 분리운영 중이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인 한화라이프에셋(이하 한화라이프)과 한화금융에셋(이하 한화금융)을 합병했다. 당시 한화생명은 조직을 대형화시켜 경영 효율성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 영업 조직을 분사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한화생명 인사에도 징후가 드러났다.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유독 영업조직에 대한 인사만 빠졌다. 한화생명은 영업조직에 대한 인사를 내년 초로 미룬 상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조직이 별도로 독립된다면 본사 입장에서는 지점 유지비,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며 “각종 비용 효율화를 통한 영업비용 확보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과 수수료 경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한화생명이 소속 설계사 조직을 분사했을 때 설계사들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속 설계사들은 위촉 계약직이지만, 본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올해 8월 말 기준 전속 설계사수는 1만9593명으로, 생보사 중 2번째로 많으며, 한화생명 내 영업 조직에서 전속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높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험사들이 고정비 증가라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을 추진하는 것 같다”면서 “법인보험대리점의 경우 자사 상품 외에도 여러 회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반대로 회사 보험상품의 판매 실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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