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1650억원 규모의 해외은행과 산업은행, 우리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9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1년만에 다시 회생절차가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해외은행에 이어 산업은행 역시 대출만기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함께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도 제출하면서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 3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산은 등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쌍용차, 회생절차 신청 통해 산은 대화 테이블에 앉혀”
쌍용차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및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쌍용차는 지난 15일 600억원 규모의 해외금융기관 대출원리금을 연체한 후 이날 추가로 900억원 규모의 산은 대출원리금, 150억원의 우리은행 대출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초에는 국책은행인 산은이 대출만기를 연장해 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날 산은이 대출만기 연장을 하지 않을 것이란 기류가 강해지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다.
실제로 쌍용차는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ARS 프로그램)을 통해 산은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법원과 채권단도 ARS프로그램 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ARS프로그램은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로 보류기간 동안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면서 채권단 등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의를 진행한다. 구조조정안이 타결되면 회생 신청을 취하하게 되고 협의가 타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계획안 마련 등을 통해 신속한 회생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美자동차업체와 투자 협상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
ARS가 발동되면 쌍용차는 산은 등 주요 채권단, 대주주(마힌드라)와 함께 구조조정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첫번째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을 당시 2646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이때 쌍용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해 약 76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쌍용차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인적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2009년과 같은 노조의 극한 반발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 관계자는 “가장 우려스운 것이 2009년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미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는 점을 채권단이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력 축소가 어렵다면 임금 삭감 밖에 없는데, 이미 수년째 동결에다 일부 임금 반납까지 이뤄져 직원들이 추가적인 삭감을 수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쌍용차가 그간 정부에 지속적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요구해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쌍용차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미국계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N오토모티브와의 투자 협상이지만 이 역시 수개월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편, 수년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온 쌍용차는 올 들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6년 4분기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2017년 652억원에서 지난해 2819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올해는 더욱 상황이 악화돼 누적 적자 규모가 3089억원이 됐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연초 약속한 2300억원의 자금 지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더욱 코너에 몰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