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회담'에 전세계도 '주목'…환영하며 주판알 튕기기

폼페이오 "새로운 관계의 시작"…美 외신 '세기의 악수'보도
WSJ "새로운 약속 거의 하지 못해..곧 고위급 협상 열릴 것"
中 "축하하며 지지…주한미군 철수문제 마무리 지어야"
日 "환영…납북자 문제 재차 거론" 개입 틈 엿보기
  • 등록 2018-06-12 오후 6:02:46

    수정 2018-06-12 오후 6:02:46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세기의 회담’이 시작된 순간부터 끝까지 전 세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회담 당사국인 미국부터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중국,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일본과 러시아 모두 이번 회담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외신 역시 두 정상이 악수를 하는 순간부터 기자회견까지 집중보도하며 이번 싱회담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12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며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정상의 정상회담에도 함께 한 핵심 참모 중 하나인 만큼, 미국이 이번 회담 성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과 CNN 등 미국 주요 외신도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 담긴 점을 속보로 전하며 두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에 걸맞은 결과를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또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두 정상이 악수를 한 사진을 게시하며 ‘세기의 악수’라고 칭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공동성명이 비구체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구체적이고 새로운 약속은 거의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빠른 시일 내에 고위급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역시 이번 회담의 성과가 크다고 평가하며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오늘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서 평등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으며 중국은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평양에 비행기를 보내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도왔던 데 이어 중국국제항공 소속 최고급 전용기 보잉 747-4J6기 2대를 싱가포르로 보내 귀국편도 제공했다. 이 비행기는 중국에서도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고위급만 타는 비행기다.

중국이 북한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한 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개입하고 눈엣가시인 주한미군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철수를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천펑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지금 한반도는 다시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제 주한 미군 문제를 마무리 지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한반도 군사력 증강에 대해 우려를 표해온 만큼, 북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월 김 위원장을 블라디보스토크에 초청해 수교 70주년 기념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외교협회 아시아연구주임은 “러시아가 물밑에서 북한을 지원하고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의 속내는 중국과 러시아보다 더 복잡하다. 자칫 한·미·일 공조체제가 깨지고 한반도 안보지형에서 일본의 위상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일본의 우려다.

일본은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모두의 평화를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납치 일본인 송환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납치 일본인 문제를 거론하며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한에는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이 있어 바른 길을 가면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핵과 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향한 진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NHK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납치 피해자 이치카와 슈이치의 오빠 켄이치는 “이번 회담은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한 소중한 기회이며 어떻게든 성공시켜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국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눈물을 짓기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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