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집마련' 발목잡는 법원행정처의 탁상행정

'미래등기시스템' 이달말 시행에 혼란 가중
주택 매매시 등기 '대면'또는 '비대면'만 허용
소유권이전등기 관련 리스크에 비대면 주담대 중단
제4인뱅 등 비대면 확대 맞춰 제도 보완 나서야
  • 등록 2025-01-14 오후 6:13:08

    수정 2025-01-14 오후 7:11:18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매년 새해 소망 설문에서 ‘내 집 마련’은 늘 상위권에 올라온다. 이런 소망에 부응하듯 새해들어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하면 대출 한도가 줄 수 있어, 상반기 중 대출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법원행정처가 오는 31일부터 도입 예정인 ‘미래등기시스템’이 주담대 등 가계대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래등기시스템은 주택 거래 과정의 복잡한 등기 절차를 모바일 앱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등기제도다.

미래등기시스템은 모바일 앱으로 주택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다. 또 주담대를 받은 은행과 매수인 사이 근저당권설정등기 절차까지 모바일에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모든 등기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어, 주택 매매 편의성이 높아질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미래등기시스템에선 소유권이전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모두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택 거래에선 소유권이전등기는 법무사를 통해 대면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비대면(전자서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론 이런 대면·비대면 혼용 방식이 불가능하고, 소유권이전등기도 주택 매수·매도인 모두 직접 모바일 앱으로 해야한다. 집을 파는 입장에선 지금까진 법무사가 처리했던 소유권이전등기를 직접해야하고, 집을 사는 쪽도 등기 이전 지연 등 리스크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은행도 리스크가 있는 비대면 주담대를 취급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방식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도 최근 이런 우려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했지만, 대면·비대면 혼용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등기시스템 도입의 근본 이유는 결국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등기를 비대면 방식으로만 허용하면 법원의 편의성만 높아질 뿐 현재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 주담대엔 없던 장애물만 생기는 꼴이다. 특히 올해 출범할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비대면 서비스를 더욱 가속화 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행정처가 미래등기시스템을 현재 방식으로만 고집하면, 내 집 마련 대출을 좀 더 싼 금리로 손쉽게 할 수 있는 비대면 주담대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는 지금이라도 제도 시행에 유예기간을 두고, 은행권과 보완책을 논의해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대에 걸림돌을 없애야 할 것이다.

(자료=챗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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