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역사상 가장 오래된 측정 단위는 BCE(서력기원) 3000년경에 등장한 이집트의 큐빗(cubit)이다. 큐빗은 팔뚝의 길이에 파라오의 손바닥 폭을 합친 길이로 쓰이는 단위였다. 하지만 팔뚝의 길이가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 다소 ‘유동적’이었다. 1큐빗은 고대 이집트에서는 52.35cm, 고대 로마에서는 44.45cm,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50cm로 규정하는 등 지역과 시대마다 조금씩 측정값이 달랐다.
책은 인류 초기부터 측정 시스템을 ‘표준화’하며 확립해나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돼온 측정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한 안내서다. 영국 재료과학원의 회원이자 과학 저널의 편집자인 저자가 풍부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측정 용어와 개념어를 상세히 설명했다. 측정이 과학에서 제일 처음 적용된 영역인 ‘천문’의 단위에서부터 모든 측정에서의 기준이 되는 ‘거리(길이)’의 단위,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위, 핵물리학과 원자물리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다뤘다.
소금 한 꼬집(8분의 1티스푼)에는 얼마나 많은 소금이 들어 있는지에 관한 사소한 사실부터 약 3.26광년에 해당하는 파섹 같은 과학 측정 단위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가령 ‘알코올’의 경우 퍼센트 프루프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이는 술 안에 있는 알코올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다. 미국에서 100프루프라고 말하면 술에 알코올이 50% 들어 있다는 뜻이고, 영국 프루프 시스템은 57.15%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영국의 100프루프 술은 미국의 같은 프루프 술보다 훨씬 더 독하다는 이야기다.
측정은 의식적으로든 본능적으로든 인간의 모든 활동에 관여한다. 적절한 색상을 선택하거나 원근법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쓸 때 몇 글자짜리 단어를 사용할지를 생각하는 일 모두가 측정에 속한다. 과학과 측정이 서로를 진보시키기 때문에 과학의 역사는 곧 측정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