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유준하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으로 7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채권시장은 일제히 약세(금리 상승)를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이 매파(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되면서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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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금리는 장단기물 가리지 않고 일제히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9bp(1bp=0.01%포인트) 상승한 3.583%로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장초 혼조세를 보였지만,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 공개된 이후 약세로 돌아섰다. 3년물 금리는 장중 3.594%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5년물은 4.3bp 상승한 3.621%를 기록했다.
장기물도 상승폭을 키웠다. 10년물 금리는 5.8bp 오른 3.699%를 기록했다. 10년물은 장중 3.707%까지 오르기도 했다. 20년물은 3.9bp 오른 3.589%, 30년물은 5.4bp 오른 3.562%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이날 금통위를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기존에 팽배했던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 것이다. 시장은 통화정책 방향문에서 고금리 유지기간을 수식하는 표현을 기존 ‘상당기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수정된 것에 주목했다. 또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중앙은행 판단보다 앞서나간다고 평가한 발언도 시장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등에서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시장이 앞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고, 물가 목표 수렴 시점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이 총재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판단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이 총재가 동결 기조가 6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물가 경로와 글로벌 경기 연착륙, 국내 성장세 회복을 감안하면 조기 금리 인하 또는 내년 큰 폭의 인하 기대는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섣부른 기대를 차단했다”며 “충분히 오랫동안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본적 스탠스는 여전히 매파적 동결”이라며 “시장의 피봇(통화정책 전환) 기대와는 거리두기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89.6원)보다 0.4원 오른 1290.0원에 마감됐다. 환율은 ‘물가 목표 수렴 시점이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한 이 총재 발언에 순간적으로 1286.5원까지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