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테슬라 바닥없는 추락…美 V자형 경제회복의 역설

시총 1위 내준 애플…톱10 밀린 테슬라
국채금리 급등에…미 빅테크주 수난시대
V자 경기 반등 와중에 시장 공포 '역설'
금리 더 오른다…투자 눈높이 제어할 때
  • 등록 2021-03-08 오후 6:15:49

    수정 2021-03-09 오전 8:18:55

[그래픽=김정훈 기자]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올해 미국 경제의 ‘V자형’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팬데믹 사태를 딛고 올해 성장률이 높게는 7%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실물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역설적으로 금융시장은 떨고 있다. 팬데믹 이후 천문학적인 돈풀기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날아 오고 있는 탓이다. 대장주 애플의 사가총액은 올해 들어 9% 넘게 쪼그라들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테슬라는 톱10 자리에서 밀려났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서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시가총액 쪼그라든 빅테크들

7일(현지시간) 전세계 자산 시총 사이트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애플의 시총은 2조380억달러(약 2308조원)으로 2조640억달러의 아람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대장주 애플이 2위로 밀린 건 근래 들어서다. 애플 시총은 올해 1월22일 역대 최대인 2조3400억달러 수준까지 불어났으나, 지난달 중순 이후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뉴욕 증시의 조정 공포에서 애플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애플 시총은 올해 9.17% 쪼그라들었다. 2019년과 지난해 각각 72.59%, 75.20% 불어났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애플뿐만 아니다. 테슬라의 경우 11위로 밀리며 TSMC(9위)와 버크셔해서웨이(10위)에 톱10 자리를 내줬다. 한때 종가 기준 주당 900달러를 넘봤던 테슬라 주가는 597.75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시총이 783.42% 폭증했는데, 올해 증가율은 3.09%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2010년 상장한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이외에 마이크로소프트(3위), 아마존(4위), 구글(알파벳·5위), 페이스북(7위)의 시총 규모도 올해 부쩍 둔화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경우 각각 7.40%, 6.52% 감소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시총이 각각 77.58%, 32.91% 불어나며 고속 성장을 했다.

요즘 미국을 넘어 전세계 증시가 흔들리는 건 덩치 큰 미국 빅테크들주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채금리 상승 폭이 가팔라지면서, 저금리 수혜를 누렸던 기술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 폭등까지 더해져 인플레이션 공포는 더 커졌다.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69.36달러까지 치솟으며 70달러에 육박했다. 사실상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다. 브룩스 맥도널드 자산운용의 에드워드 박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든 것이 금리에 관한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지속할 것인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V자 반등에도 시장 떨고 있는 역설

아이러니한 건 금융시장이 공포를 느끼는 주 원인이 실물경제의 반등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 경제의 소비와 제조업은 완연한 회복 국면에 있고, 고용마저 살아날 조짐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非)농업 일자리는 37만9000개 늘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한파만 아니었다면 50만명 이상 급증했을 것”이라며 “일시 실업자의 노동시장 복귀가 가속화하면서 취업자 수 증가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8%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펀드매니저 출신의 주식 분석가 짐 크레이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편안함을 느끼면 어디든 여행 가기를 원할 것”이라며 “앞으로 여행 수요는 맹렬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상 폭설이 덮친 겨울을 지나 조금씩 날씨가 따뜻해지며 미국 내 식당, 영화관, 놀이시설 등은 붐비기 시작했다. 여행을 간다는 건 항공업, 운송업뿐 아니라 숙박업, 레저업, 소매업 등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경제 반등은 곧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키우고, 역설적으로 시장 불안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현재 금융시장이 공포의 초입 단계에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팬데믹 와중에 즐겼던 파티가 끝나고 있다는 불안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코타 웰스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퍼블릭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금리 상승은 기술주 등 금리에 민감한 분야에 더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월가의 한 금융계 인사는 “투자자 스스로 수익률 욕심을 제어하고 리스크 헤지를 신경 쓸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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