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ESG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그룹 내 최측근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을 선택했다.
아울러 SK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 계열사 사장단이 전원 유임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최 회장이 현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안정속 쇄신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의장직에 세번째 연임된 사례는 조 의장이 최초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도 계열사 CEO 모두를 유임시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최태원 회장이 천명하고 실천해온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됐다는 것으로 해석돼 다른 그룹의 기업문화나 지배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밝혔다.
|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의 SK E&S 사장 승진도 파격적인 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1974년생인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지 3년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사례로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유 부회장과 함께 SK E&S 공동대표를 맡게 될 전망이다. 추 사장의 이번 승진은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지난해 임원관리제도 혁신을 통해 상무, 전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등 임원관리제도를 혁신한 바 있다.
|
이번 인사를 통해 신규 선임 임원 103명에 부회장 및 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이 승진했다. 코로나 등 경영환경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신규 선임 규모는 소폭 감소했지만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는 특징이 있다. 여성 인재의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예년과 같은 7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임에 따라 그룹 전체 여성임원 규모 또한 34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SK그룹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여성 임원 후보군을 조기에 발탁해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어느 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한해였지만,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내년 또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이번 인사가 그간 준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 추진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SK그룹은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ESG의 세계적인 모범이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