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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임상이 전격적으로 중단되면서 최근 바이오주(株) 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 전체의 폭락을 촉발한 신라젠(215600)은 증시에 기억될만한 많은 진기록을 남겼다.
지난 2016년 12월 코스닥에 상장된 신라젠은 첫날 791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뒤,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이듬해 11월 시총 1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11개월 만에 주가가 12배 넘게 폭등하며 코스닥 2위까지 치고 올라서자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충격적인 임상 중단 사태로 인해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시총 1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극단적인 주가 변동성과 함께 신라젠은 코스닥 시장에서 많은 기록들을 남기며 희대의 종목으로 남게 됐다.
△14만 개미의 무덤이 되다
신라젠은 지난해까지 2년 가량 바이오주(株) 랠리의 선봉에 서며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과 셀트리온의 고성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신라젠이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며 열광했다.
펙사벡은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며 찬사를 받았고 그 결과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무려 14만6951명(지난해 말 기준)까지 불어났다. 코스닥 시장 내 모든 상장사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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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실적에 수렴한다고 하지만 신라젠의 주가 상승은 이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셈이다. 물론 바이오 기업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가치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임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에 담긴 꿈도 함께 사라지게 됐다.
△기록적인 3연속 하한가
지난 2015년 6월부터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은 종목은 극히 드물었다. 이틀 연속 하한가로 내려앉을 경우 순식간에 주가가 반토막이 날 정도로 변동폭이 커졌기 때문에 다음날까지 하한가를 찍는 경우는 거의 보기 어려워졌다. 최근 임상 이슈로 주가가 급락한 에이치엘비도 2연속 하한가에서 멈췄다.
△공매도가 대주주? 대차잔고도 신기록
신라젠은 대차잔고비율이 무려 43%까지 치솟으며 올해 모든 상장사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차잔고비율은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대차거래는 주로 공매도를 위한 경우가 많아 공매도 대기물량으로 간주된다.
임상결과 발표가 다가올수록 대차잔고가 꾸준히 늘자 시장 일각에서는 결과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기도 했다. 또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8%대인데 대차잔고비율이 40%를 넘어서다 보니 “신라젠의 실질 대주주는 공매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년만에 2000억치 주식 판 대주주
신라젠의 최대주주인 문은상 대표는 상장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대량의 주식을 장내에서 내 다팔았다. 펙사펙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때였다.
문 대표는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모두 156만2844주를 1주당 평균 8만4815원에 매도했다. 임상 기대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보유 중이던 지분의 상당 부분을 시장에 내다 팔며 13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한 것이다. 최대주주인 문 대표와 특별관계자인 이들의 매도 물량까지 합치면 2000억원을 넘어선다. 상장 1년 만에 대주주측이 20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한 기업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