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아포리아(Aporia). 고대 그리스어로 전혀 해결 방도를 찾을 수 없는 난관의 상태를 말한다. 영어로는 ‘No exit’.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바로 아포리아다.
“세월호 선장이 탈출하는 사진을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장으로서 사명을 저버리고 아이들을 그대로 있으라고 한 채 탈출한 것이지요. 한국 사회가 아포리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월호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인문학자 김상근(54)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며 세월호 사진을 하나 띄웠다. 이데일리가 2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연 퓨처스포럼 송년모임에서다.
김 교수의 이야기는 기원전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포리아가 닥친 그리스다.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잇따라 겪은 와중에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까지 독살되면서다. 그 전후사정을 기록한 책 중 하나가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이 쓴 ‘키루스의 교육’이다. 키루스 대왕은 고대 문헌에서 ‘왕 중의 왕’으로 표현된 인물이다.
김 교수는 “키루스는 공정한 심판관이었다. 아부한다고 상을 주고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가 남이가’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키루스는 항상 전쟁이 끝나면 ‘승리했으니 샴페인 가져와라’가 아니라 ‘최전선 장군이 어떻게 됐느냐’라고 물었다”며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이런 삶을 살기로 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동시에 키루스의 교육 같은 고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대중의 취미에 영합해 일회용으로 쓴 것이 아니라 영구장서용으로 쓴 것”이라는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수천년 전 역사가의 기록을 통해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김 교수의 강의 이후 인사말을 통해 “군주의 거울을 배운 것은 또 처음”이라며 “(리더의 덕목 중 하나로) 너의 행복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은 기억해야 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