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영웅문’을 개발해 10년 이상 국내 주식시장에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를 지킨 키움증권이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국내 금융투자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2년 전 사내 정규직 핵심 인력 20여명으로 로보 어드바이저 프로젝트 TF를 구성했다. 권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상공부(現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신규 벤처회사에 투자여부를 결정했던 공무원 출신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시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권 대표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TF팀은 자체 알고리즘과 상품 개발에 나섰고 1년 이상 노력한 끝에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개발했다. ‘키움 로보 어드바이저 알고리즘 및 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키움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은 국내와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투자 유니버스(universe)를 선정한 뒤 유동성과 평균 거래규모 등을 분석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도출하는 시스템이다. 키움증권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의 성과를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과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세계 주식시장에 대입해 알고리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수익률 9.64%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 연 평균 상승률은 2.56%, 모간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월드지수 상승률은 2.50%였다.
키움증권은 또 지난해 10월24일부터 12월9일까지 7주간 진행한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는 유형별 수익률(1개월) 1위를 기록했다. 단순하게 수익률만 높았던 것은 아니다. 변동성대비 수익률을 뜻하는 ‘샤프 지수’도 다른 알고리즘대비 우수했다. 샤프 지수는 수치가 높으면 변동성은 줄이고 수익률은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가한 34개 업체의 샤프 지수는 대체로 0~1 사이였다. 키움증권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샤프 지수는 2.08을 기록했다.
알고리즘 개발을 이끈 유동원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 이사는 “시장이 하락할 때 손실을 줄이고 상승할 때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월간 기준으로 보면 7대 3의 비율로 수익을 내는 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 블랙스완이 나타났던 브렉시트 결정 당일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정 당시 키움증권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대비 덜 깨졌다. 브렉시트 당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09% 하락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1.42% 하락에 그쳤다. 미국 대선 당시에도 코스피는 2.25%, 로보어드바이저는 1.64% 하락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의 우수성을 확인한 키움증권은 지난해 12월 ‘하이 ROKI1 글로벌어드바이저(H)’펀드를 출시했다. ‘하이 ROKI1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키움증권과 하이자산운용이 손잡은 자문형 공모펀드다. 핀테크업체나 투자자문사가 참여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많이 있지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합작해 내놓은 상품은 처음이다. 평균 8%의 변동성(위험)을 감수하며 8%목표 수익률을 추구한다. 권 대표는 “고객이 만족할만한 적정수익을 내는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상품 선택지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