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첫 4개월 연속 무역적자 초읽기

고유가 여파 원유·가스·석탄 수입액 '껑충'
엎친 데 덮친 격 강달러도 수입 부담 키워
경기침체 땐 올해 역대급 무역적자 가능성
  • 등록 2022-07-18 오후 7:02:43

    수정 2022-07-18 오후 9:27:22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고유가·강달러 여파에 7월에도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실화 땐 금융위기 이후 첫 넉 달 연속 적자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달 1~10일에도 55억달러(약 7조20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7월 무역적자가 유력하다. 월간 무역수지는 통상 하순으로 갈수록 적자 폭이 줄거나 흑자 전환하지만, 7월 초순 적자 폭이 워낙 크고 상황도 나빠 월 전체로도 적자 가능성이 크다. 4~6월에 이어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이던 2008년 6~9월이 마지막이다.

가장 큰 부담은 고유가다. 7월 들어 국제유가 오름세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천연가스나 석탄 등 다른 에너지원도 이에 비례해 큰 폭 오른 상황이다. 올 상반기 주요 에너지원 수입액은 879억달러(원유 499억달러)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분의 1까지 늘었다.

달러 강세도 우리 수출입 기업 전반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통상 원화 약세는 우리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호재로 인식해왔으나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 비용이 급격히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달러로 집계하는 무역수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치상으론 적자를 키우는 건 아니지만, 수출입 기업의 원화 환산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면 우리나라 수출액은 0.03% 증가하는 반면 수입액은 3.6% 늘어나며 무역수지 적자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무역업계는 현 달러 강세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이어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유례없는 소비자물가 상승 여파로 7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한번에 1%포인트(p) 이상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 우려를 감수한 초강수다. 한국은행도 지난 13일 우리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0.50%p 올렸었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역대급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말 고유가 상황을 전제로 올해 연간 무역적자가 158억달러에 이르리라 전망했다. 2008년 연간 무역적자 133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경기침체 땐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역대 최대 무역적자(206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올 상반기 103억달러의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13일 관련 보고서(도원빈·강내영)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조치가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 폭을 키우면서 무역적자 확대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 압력을 주고 있다”며 “원자재·환율은 내년 초 하락을 예상하지만 물가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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