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프린터 접고 車전장부품 사업 확대..'선택과 집중' 나선다

  • 등록 2016-09-12 오후 6:38:59

    수정 2016-09-13 오전 7:57:58

[이데일리 이진철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프린팅솔루션사업부의 매각과 함께 이재용(사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결정하면서 오너가의 ‘책임경영’ 강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위기를 이 부회장이 전면에서 책임경영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2일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미국 휴렛팩커드(HP)에 10억 50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등은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프린팅솔루션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를 맡은 후 향후 사업 재편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책임경영’ 강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 사태 등 현재 봉착한 문제들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7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분의 분할 계획서 승인건을 함께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구원투수로 전면에 등장한 배경은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쉽게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전량 리콜을 발표한 이후에도 갤럭시노트7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8~9일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소비자 안전위원회(CPSC)가 연이어 “갤럭시노트7의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단하라”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도 10일 국내 사용자에게 사용 중지를 공식 권고했다.

오는 19일부터 시작될 제품 교환 시점이 일주일이나 남았지만 연이은 악재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자 이 부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평소 실용주의 경영철학을 강조해온 이 부회장이 이번 리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품질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결부된 문제에서 병원의 운영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책임 리더십을 보여준 옳은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관계자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를 맡는 것은 책임경영 강화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프린터매각 등 기존 신수종 지지부진

삼성전자가 신수종사업 중 하나인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HP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도 이 부회장이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매각이 확정된 프린터사업은 1984년으로 삼성전자가 미국 휴렛팩커드(현 HP)와 합작해 자본금 81억원 규모로 ‘삼성휴렛패커드’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삼성전자는 이후 자사가 보유한 삼성휴렛팩커드 지분(45%)을 모두 HP에 넘겼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레이저 프린터를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강화해왔다.

특히 2007년 6대 신수종사업 발표 당시 주우식 부사장은 세계 프린터 시장 규모가 매년 3.9%씩 성장할 것이라며 이 분야를 새로운 수익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수종사업이 발표되기 불과 수 개월 전인 2007년 1월 애플이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선보였다. 이에 삼성전자도 2008년 6월 대항마로 윈도우 기반의 ‘옴니아’를 내놓는 등 출력장치의 패러다임은 프린터에서 스크린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결국 매각으로 이어지게 됐다.

삼성전자가 사업 재편을 통해 앞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과 ‘스마트폰 혁신 기능’ 등이 꼽힌다. 우선 자동차 전장사업은 작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별도 사업팀을 만들었고 지난 4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전용 라인 구축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올 7월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에 반도체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피아트-클라이슬러’의 자동차부품 자회사 인수 추진설이 제기되며 신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 혁신 기능 분야도 삼성전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하드웨어에서 그동안 약점을 보였던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아우른다는 구상이다. 갤럭시노트7에서 첫선을 보인 ‘홍채 인식’이나 지문 인식 등 생체 인식 기술과 급속 충전, 엣지 디자인 등은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생체 인식 기술은 ‘삼성 페이’ 등 금융결제 서비스와 연동되는 핵심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등 새로운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10~20년 뒤 미래 먹거리를 키우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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