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추국' 외치는 尹정부…난민 인정률은 전세계 꼴찌

난민협약 가입 30주년, 난민법 제정 10주년 됐지만
지구촌 난민 인구 1억명…韓 난민 인정률 1%대
박진, 유엔 난민대표 만나 '금전적' 지원만 앞세워
국민인식 개선 목소리도…"韓 난민 받을 준비 안돼"
  • 등록 2022-11-10 오후 5:04:04

    수정 2022-11-10 오후 5:06:31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2021년 기준 한국의 난민 인정률 1%.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정부는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며 공적개발원조(ODA)와 국제기구 분담금을 확대하고 있지만, 난민 문제에서만큼은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11일은 한국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 1992년 11월 11일 국회 비준)에 가입해 국제사회에서 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자, 올해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지만, 수년째 유지되는 1%대 인정률은 우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한 어린이가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난민 신청자 보호 및 조속한 난민 심사 촉구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최근 지구촌 난민의 수가 날로 증가해 1억 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러시아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전쟁 난민의 수 역시 6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먼저 폴란드 등 인접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했고, 미국과 독일 등 주요 7개국(G7)이 문호를 개방했다. 한국만큼 난민 문제에 배타적인 일본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반면 한국은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을 대상으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한 수준에 그쳤다.

현행법상 ‘전쟁’ 자체만으로는 난민 인정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난민법 제2조 1항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 5가지 이유로 박해를 받아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만 난민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로부터 정보공개를 청구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에 불과하다. 난민 인정률은 해당연도 심사결정자 수 대비 인정자를 계산한 값이다. 2021년 난민 심사결정 건수는 총 7109건으로, 이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사람은 72명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가 난 사람은 45명이고, 난민 지위 불인정은 6992건이다.

난민 인정 기준도 엄격하게 해석돼 적용되고 있다. 난민법 시행령 제5조 1항은 ‘법무부 장관은 난민 신청자가 △박해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안전 또는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제적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난민 신청자를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필리포 그란디 유엔 난민최고대표와 기본협력협정서명식에 서명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0일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와의 면담에서 ‘한-UNHCR 기본협력협정’을 체결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2016년 이래 ‘유엔난민기구 2천만 달러 공여국 클럽’ 멤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모금액 규모도 세계 4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전적·물질적 지원을 앞세웠을 뿐 난민 수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란디 대표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같은 동맹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편견 해소와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거나 난민 지원 예산에 거부감을 갖는다면 난민을 받아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관계자는 “법무부가 단순히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를 거부해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한국 사회가 아직 다른 문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게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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