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올해 3년 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4세대 경영 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3세대 구본준 그룹 고문의 계열 분리 작업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그간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장자(長子·장남) 승계 독립 경영 체제의 전통을 이어왔다.
|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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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지주사인 (주)LG는 이르면 오는 26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의 분사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임시 이사회에서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의 분사가 결정되면 구본준 고문은 보유하고 있는 약 1조원 가치의 LG그룹의 지주회사 (주)LG 지분 7.72%를 활용해 해당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는 선대부터 이어온 LG그룹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LG그룹은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을 물려받고 차남 이하 동생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해 독립해왔다.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이 별세한 뒤 장남인 고 구자경 2대 회장이 1970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동생이자 창업멤버인 고 구철회 전 사장은 경영에서 퇴진했고 이후 자녀들이 1999년 LG화재(현 LIG)를 들고 나갔다. 또 다른 동생들인 고 구태회·구평회·구두회씨는 2003년 계열 분리해 2005년 LS그룹을 만들었다.
2세대에서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차남인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자녀들이 2006년 LG패션을 분사해 독립한 뒤 2014년 사명을 LF로 바꿨다.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삼남 구자학 회장은 2000년 LG유통 식품 서비스 부문을 독립시켜 아워홈을 설립했다. 3세대에서는 고 구자경 2대 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희성금속·국제전선 등 6개기업을 계열 분리해 희성그룹을 만들었다.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로 3세대 계열 분리도 마무리된다. 구본준 고문은 고 구자경 2대 회장의 삼남으로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구본준 고문은 고 구본무 전 회장 별세로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자 고문 자리로 빠지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번 계열 분리를 계기로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구 회장은 전자·화학·생활사업과 관련한 미래 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