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737맥스8 도입하려던 항공사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사고 원인 조사 끝나지 않아 계약 파기 어려워
  • 등록 2019-03-18 오후 5:08:15

    수정 2019-03-18 오후 5:08:15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보잉737 맥스8 기종을 도입하려던 국내 항공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맥스8의 사고가 잇따르자 해당 기종의 운항 보류를 선언했지만, 당장 도입 계약을 파기하려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맥스8을 도입할 예정인 항공사들은 지난 주 해당 기종의 운항 보류를 발표한 후 별다른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잉의 결함이 드러나기 전에 구매 또는 리스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스8은 보잉 최고의 베스트셀러 버전인 737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한 최신기종으로, 기존 항공기 대비 연비가 10% 이상 개선돼 전 세계 항공사들이 앞다퉈 도입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탑승자 189명 전원이 숨진 라이언에어 사고와 지난 10일 탑승자 157명 모두 사망한 에티오피아항공의 사고 기종이 맥스8으로 밝혀지면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국내 항공사들은 오는 2027년까지 맥스8 총 114대를 들여오기로 한 상태다. 대한항공 30대, 제주항공 56대, 이스타항공 18대, 티웨이항공 10대다. 올해 도입 물량만 총 14대에 달한다.

맥스8의 대당 가격은 1300억원에 이른다. 구매 계약을 취소할 경우 5~10%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구매 또는 리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단순 계산하면 최대 1조4820억원의 위약금이 발생한다. 다만 아직까지 계약 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항공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맥스8 운항 중단으로 당장 사업에 영향을 받는 항공사는 이스타항공이다. 지난해 가장 먼저 맥스8을 도입한 이스타항공은 해당 기종 운항을 하지 않더라도 리스비와 보험료 등 고정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해당 기종을 투입하려던 부산~싱가포르 노선에서의 기회비용이 상실되는 문제도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대체 항공기 투입은 일정 조정만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은 없다”면서도 “비행기를 격납고에 보관하는 동안에도 발생하는 고정비용 부담과 노선에 투입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기회비용 상실은 문제”라고 말했다.

맥스8 도입을 통해 중거리 노선 확장을 노리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체 기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단거리용 항공기로 중거리 노선을 운항할 경우 좌석 판매율이 100%에 육박하더라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소비자들이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면 항공기를 띄우기 어렵다”며 “이 경우 계약을 파기하지도 못하고, 기체를 노선에 투입하지도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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