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삼바 분식회계…"IFRS 재량권 남용 첫 사례"(종합)

28일 김병욱 의원 주최 토론회
"기업과 경영자, IFRS 부여한 재량권 남용 가능성 있어"
"4.5조 반영 타당하려면 2가지 전제 필요"
삼바 사태 재발 막으려면 어떻게?
  • 등록 2018-11-28 오후 4:58:11

    수정 2018-11-28 오후 4:58:53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 (사진=김재은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판정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기업의 재량권을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탓이다.

이가운데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IFRS에서 제공하는 원칙중심을 넘어선 재량권 남용을 분별한 중요한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삼바 분식회계 논란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정가치 평가의 적절성과 지배력 상실 시점이 핵심이다. 증선위는 에피스를 2012년 설립부터 관계사로 평가했어야 하며, 2015년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4조5000억원을 계상한 게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칙중심 IFRS 재량권 남용 분별한 첫 사례”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IFRS는 도입 유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적용 수행하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삼바 사건은 2011년 국제 회계기준 도입 이후 일어난 STX(011810), 대우조선해양(042660), 대우건설(047040), 모뉴엘 등 대형 분식회계사건들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분식은 대다수가 회계기준을 벗어난 의도적 악용이 존재했고, 고의성을 스스로 입증할 만한 사안이었던데 반해 삼성바이오는 IFRS 모호함과 경영자에 부여된 재량권을 최대한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수많은 선행연구를 요약하면 기업과 경영자는 자신의 유인에 의해 IFRS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삼성바이오의 경우 경영자가 의도를 갖지 않고 과정을 공개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했다면 금감원이나 증선위의 조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삼성바이오가 2012년 바이오젠 콜옵션을 공시했다면 실질지배력에 대한 논란은 없었을 것이나 이를 공시하지 않고 삼성물산(028260) 합병과 자본잠식에 대한 맞춤형 회계처리를 수행한 정황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원칙중심 회계는 기업의 실질을 보여주고,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재량권을 준 것”이라며 “삼바 사건에서 보여준 내부문건처럼 자본잠식을 막기위해, 상장을 위해,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면 IFRS에서 부여한 경영자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4.5조 반영 타당하려면 2가지 전제 필요하지만…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4조5000억원을 장부에 반영한 삼바의 회계처리가 적절하려면 가치평가 결과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지배력 상실이 2015년에 이뤄졌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초자료도 제공받지 못하고 작성됐음을 명시한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를 가치평가에 활용한 것은 국제회계기준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는 평가결과를 특정 수준에 맞추기 위해 할인율을 조정했는데, 국제회계기준은 할인율과 같은 투입변수를 공정하게 측정하도록 규정돼있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기초자산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가치가 급증해 깊은 내가격에 들어갔기 때문에 잠재적 의결권(콜옵션)을 실질적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 1110호(연결제무제표) BC124에서는 잠재적 의결권이 내가격으로, 그리고 외가격으로 이동함에 따라 연결범위가 빈번히 변경되는 것을 우려해 종합적 접근을 주문했다. 즉, 시장상황(기초주식 시장가격/바이오에피스 가치)의 변화만으로 연결 결론에 변화를 줘서는 안 되며, 금융상품의 목적과 설계를 평가하고, 시너지와 같이 다른 이유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고려하며 장애물까지도 고려하도록 했다. 단지 기초주식 가격의 변화만으로 연결범위가 변동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홍순탁 회계사는 “그럼에도 한발 물러나 기초주식 가격 변동만으로 연결범위를 변동시키고, 안진회계법인의 8월 가치평가가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8월 가치평가는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이뤄지기 전에 이뤄진 만큼 의약품개발 인허가단계를 기준으로 가치평가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홍 회계사는 “유럽의약청 홈페이지와 바이오젠 사업보고서 등을 재구성해 보면, 2014년 12월과 2015년 8월말 에피스가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 단계는 매우 유사하다”며 “퍼스트 무버인 베네팔리는 2014년 판매승인단계의 6단계인 판매승인신청서가 접수되고 2015년 8월까지 바이오젠 사업보고서에서 언급한 인허가 단계 변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기초적 지식만 있다면 2014년말 시점에도 지배력 상실상태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결국 삼성바이오가 택한 방법은 2014년말 콜옵션 가치평가 불능의견서를 2015년에 급조하는 것이었다”며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평가회사가 2014년말 기준 콜옵션 가치를 평가하지 못한 이유는 회사측에서 기초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홍 회계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엔론의 회계부정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다.

먼저 논란의 초기 단계에 회계기준 해석차이라는 형태를 지니고, 두번째로 비상장 주식에 대한 임의평가가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충실한 조력자가 존재한다는 부분을 꼽았다.

홍 회계사는 “국제회계기준이 원칙중심 회계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상위의 원칙이 있다. 회계는 경제적 실질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며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삼바 분식회계 논란을 바라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삼바 사태 재발 막으려면 어떻게?

발제자인 손 교수는 삼성바이오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배양하고, 두번째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부감사인이 경영진이 아닌 내부 감시기구와 논의해 감사의견을 독립적으로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은 한국 기업 특성상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고, 외부감사인 선임조차 지배주주 입김이 들어간다”며 “보수환수제도 등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회계 환경과 제도상 정부, 구성원 인식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IFRS는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제도적 정비와 의식의 변화와 함께 감사인 책임을 강화하고 정교한 규제를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감춰진 의도를 찾기 위해 규제당국에 계좌추적권이나 수사권 부여를 검토하고, 규제당국이 포괄주의 IFRS에서 네거티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청년회계사 감사업무 기피…구조적 모순 너무 커”

토론자로 나선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계사는 “청년회계사들은 요즘 감사업무를 기피한다. 사명감이나 도덕성으로 덮을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처리 문제에 있어) 불확실한 처벌과 확실한 압력 둘 사이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며 “감사의견을 변형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청년회계사들은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을 선택의 문제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회계사는 “감사인들이 하는 행위를 환영하는 사람은 기업의 ‘직접적’ 이해 관계자중에는 아무도 없다”며 “누구도 투명한 정보를 원하지 않으니 투명하게 감사를 해봐야 쓸데가 없다”고 했다.

그는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에 대한 발표를 보며 감독당국은 ‘역시 똑똑하다 하지만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감사인들은 감독당국이 그저 공정한 심판관의 역할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평소 감독당국은 공범이고 방관자이지만, 논란이 일어나면 감독당국은 정의의 사도로 변모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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