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트럼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대적으로 온건파였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후임에 대북 강경파인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한 데 이어 22일 친한(親韓)파로 분류된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뒤를 이을 새 안보사령탑에 볼턴을 기용한 건 ‘힘의 우위’에서 대북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 사람 모두 회담이 불발되거나 진행되더라도 비핵화 합의에 실패한다면, 단박에 군사작전을 포함한 강경노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할 인물들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볼턴은 25일 뉴욕의 라디오채널 AM970 ‘더 캣츠 라운드테이블’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시간을 벌려고 협상을 최대한 천천히 굴리려고 할 것”이라며 “그들이 25년간 한결같이 해온 일”이라고 했다. 앞서 23일 자유아시아라디오(RFA)와의 인터뷰에선 “리비아처럼 그들(북한)의 핵무기와 장비를 포장해 테네시주 오크리지 연구소로 넘기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위한 위장”이라고 했다. 이른바 리비아식 ‘해외 핵 반출’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게 볼턴의 속내다.
다만, 지레짐작 ‘면면’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그들의 대북관만을 보고 기용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특유의 ‘코드 인사’로 봐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볼턴의 기용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을 주도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볼턴도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한 (대북강경) 발언은 모두 지나간 일”이라며 몸을 낮췄다. 일각에선 CNBC 평론가였던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발탁에 이어 폭스뉴스 해설가였던 볼턴까지 중책에 기용되면서 트럼프의 ‘TV출연자’ 선호현상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WP는 “(정부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TV에 출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