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널브러진 현장 '참혹'...인력 부족해 복구에 어려움
10일 오후 동작구 상도동 성대시장 일대 대다수의 피해 복구 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각종 가구와 집기류 등이 물에 젖은 채 내부에 방치돼 악취를 풍기고 있었고 여기저기에 나사와 부서진 물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거주민 A씨(50)는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 아침에 군 병력이 와 큰 가구들을 옮겨줘서 그나마 지금 이 정도인 것”이라며 “이 동네 산 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다. 이 동네에 멀쩡한 곳이 없어 군 병력도 오후에 다른 곳으로 넘어갔는데 남아있는 짐들을 언제 다 치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거주민 B씨(48)는 “이 동네에서 인명 피해도 나왔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 일손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아직 손도 못 댄 집이 많아 예전 모습을 찾으려면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 특성상 침수 가구로 들어가는 길목은 2명이 지나가기도 좁을 정도로 협소해 수레나 운반 차량 등이 들어오지 못하고 모두 사람의 힘으로 짐을 하나하나 나르고 있었다.
장화와 목장갑만 착용하고 개인이 가져온 체육복 등을 입은 채로 여기저기 가시가 튀어나온 가구들을 옮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대학생 C씨(20)는 “1365에 올라온 봉사자 모집글을 보고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왔다”며 “제가 사는 서초구 상황도 심각하지만 상도동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서 여기부터 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D씨(26)는 “제가 다니는 학교 근처라고 해서 경기도 안양에서 여기까지 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물에 잠긴 것 같지만 조금만 내부로 들어와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이곳 말고도 피해를 입은 집이 많아서 같이 봉사를 온 형도 다른 곳으로 추가 지원을 나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팔 걷어붙인 대학생들...“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자원봉사자 중에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현장을 돌며 기자가 직접 만난 대학생 봉사자만 9명이었다.
도윤주 씨(중앙대학교 심리학과 21학번)는 “학교 커뮤니티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글을 보고 친구와 함께 왔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면서 “뉴스를 보고 수해가 그렇게 심한 걸 처음 봐서 충격적이기도 했고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의 피해가 크다고 해서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예준 씨(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21학번)는 “오전에 근처 만물상 가게에서 봉사를 했는데 바닥에 아직 흙이 많았고 아래쪽 선반 물건들은 거의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오염된 물건들을 전부 다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는 작업을 했다. 오전에 열 분 정도 봉사자가 오셨는데 아직도 작업을 끝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아서 전부 다른 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거주민 A씨(50)는 “집이 치워질 때까지는 회사에서 자야 한다”며 “우리 집이 끝나야 옆집도 치울 수 있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해 학생들한테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력으로는 역부족...동작구 “모집 인원 확대할 것”
동작구청 홈페이지에서는 전통시장 일대 점포 청소 및 물품 정리 인원을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충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작구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11일 오전 기준 상도3동 침수 가구 복구 자원봉사자를 9일부터 15일까지 하루 40명 모집 중이었으나 40명을 전부 채운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나마 대학생 봉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학내 커뮤니티 등에 봉사활동 후기를 남기며 홍보를 해주고 있어 11일 기준 35명이 지원하는 등 그 수가 늘고 있지만, 상도동 일대의 수많은 침수 가구를 신속하게 복구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동작구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현재 상도동 피해 상황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모집 인원을 곧 1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 주 월요일까지인 자원봉사자 모집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동 주민센터의 요청이 있으면 모집 기한 연장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곳곳에 위험요인...전문 인력 투입도 고려해야
현장에서 상처를 입었다는 봉사자들의 후기도 잇따랐다. 11일 오후 중앙대학교 학내 커뮤니티에 “바닥에 쓰레기가 많이 굴러다니고 물이 차 있는 곳은 물 밑에 뭐가 있는지 가늠이 전혀 안 된다”면서 “수십 번 넘어질 뻔한 데다 장화 밑창이 두꺼운데도 뭔가 뾰족한 것에 찔리기도 했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곳곳에 부러진 가구의 파편과 나사, 침수된 전기 설비 등이 널려있는 만큼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주민 E씨(61)는 “구청 직원들도 애를 쓰고 있는 것을 알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만 기대기에는 현장이 너무 참혹하다”면서 “청소 업체 등 민간 업체를 개인적으로 부를 여력이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