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들어 서울의 전세대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강남은 물론 강북권까지 매물이 급격하게 줄면서 전세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아파트를 넘어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까지 전세난이 옮겨붙고 있다. 연이은 규제 부작용이 결국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다세대·연립까지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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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전세금이 급등한 데 이어 빌라 같은 다세대·연립도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의 서울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면적별 전세보증금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6월 전용 30㎡ 이하 서울 다가구·빌라·다세대 평균 전세보증금은 1억4673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당시 1억3275만원과 비교하면 약 1398만원 상승한 셈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 품귀로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다세대·연립 전세금까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거주 요건 강화와 등록임대사업제도의 폐지 등으로 집주인들의 자가 입주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기 시작한 탓이다. 아울러 6·17 부동산대책에 따라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하는 1주택자는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게 하면서 대출 회수 영향을 받지 않는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가격과 함께 전세금까지 자극을 줬다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에 비해선 전셋값 상승 폭이 작지만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상승분은 서민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면서 “여기에 더해 아파트에 밀려나는 사람들도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전셋값은 계속 오름세”고 설명했다.
전세 품귀현상이 빌라까지 ‘연쇄작용’
하지만 전세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6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은 3119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의 7561건보다 58.7% 감소한 수치다.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 전세 거래량은 지난 2월 이후 내리막을 타면서 4월에는 5889건까지 내려가다가 5월에는 6300건으로 반등했지만 6월의 5630건부터 가파른 하락세다.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 전세 거래량이 4000건 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7년 12월의 3773건 이후 처음이다. 다만 서울시의 실거래 자료는 거래일 이후 30일 내 신고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거래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세 매물 부족현상은 아파트가 뚜렷하지만 다세대·연립 시장도 상황으로 마찬가지”라면서 “대출규제나 실거주 요건 충족 등 때문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파트쪽에서 전세매물이 회전이 되지 않는다면 신축 연립이나 빌라로 연쇄 작용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확산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규제 혼란 속에 전세 재계약을 하는 비율도 높아지며 전체적으로 매물이 줄다 보니까 아파트에서 찾지 못한 수요가 빌라까지 넘어갈 수 있다”면서 “이런 수요자들은 반전세, 월세를 찾다가 이조차 감당이 안되는 경우”라고 우려했다.